[스마트 산업강국 함께하는 제조혁신 2.0] 선박 부품 널브러졌던 공장 대개조…매출 1년새 50% 급증

◆ 스마트산업 강국, 함께 하는 제조혁신 ◆
오두만 극동산업 대표(왼쪽)가 양병엽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실행팀 위원과 공장 내에 놓인 선박용 엔진 부품을 살펴보고 있다.

박승주 기자


2022년 11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회장에 취임한 지 약 열흘 만에 사회공헌(CSR) 사업을 위해 부산에 소재 한 중소기업 동아플레이팅을 찾았다.

이 회장은 당시 생산현장을 둘러보며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해 상생의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플레이팅은 2018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받은 중소기업으로, 스마트공장 우수 사례로 손꼽힌다.


같은 부산 지역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오두만 극동산업 대표는 동아플레이팅 관련 소식을 접하고 자신의 회사도 스마트하게 바꾸고 싶다고 생각했다.

오 대표는 "동아플레이팅이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춰가는 것을 보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을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1987년 설립된 극동산업은 선박용 엔진의 기능성 부품을 주로 만든다.

이중연료(DF) 엔진, 즉 디젤과 친환경 대체연료를 번갈아 쓰는 선박 엔진과 관련한 부품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설계, 용접, 가공, 조립, 도장 공정까지 자체 생산·공급하고 있다.

현재 만들어지는 제품의 70%가량은 HD현대중공업에 납품하고 있지만 일본으로의 판로 확대도 꾀하고 있다.


극동산업은 사업을 확장하면서 전문화된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청년들의 제조현장 취업 기피 현상 탓에 인력 충원도 쉽지 않았다.

2022년 지방자치단체에서 진행하는 스마트팩토리 사업에 참여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했다가 삼성의 사업을 통해 재도약을 꿈꾸게 됐다.


삼성전자의 제조현장 개선 전문가들은 지난 1월부터 활동을 시작해 73개 개선 과제를 발굴했다.

이후 3개월간 혁신 활동을 진행해 공장을 탈바꿈시켰다.

주로 공장 내부를 깨끗하게, 효율적으로 정리하는 데 주력했다.

전체적인 동선을 변경하고 버릴 것은 버렸다.


우선 수주에서 출하까지 공정별 운영·관리 주체가 불명확하고 생산 계획 수립·실적 관리가 미흡한 점을 개선했다.

단계별 프로세스와 담당자를 선정해 생산성, 품질, 납기, 원가를 개선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자재와 제품을 바닥과 통로에 겹쳐서 보관했지만, 보관랙 45개를 추가로 설치해 물건을 찾는 시간을 80% 단축했다.

또 자재나 제품 공정 이동 시 물류(물품)표가 없어 확인이 어려웠던 문제점을 제조실행시스템(MES) 도입으로 해결했다.


이동형 작업대를 만들어 작업이 없을 때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도장 작업 부스를 설치해 유해물질이 공정 내 분사되는 것을 막는 등 근로자들의 작업 환경을 개선했다.

사무실 배치도 바꿨다.

기존에는 2열로 길게 책상이 늘어선 형태였지만, 부서별로 업무 공간을 배치하고 파티션을 설치해 근무 환경을 개선했다.

직원들의 만족도도 올라갔다고 한다.


양병엽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실행팀 위원은 "여인숙에서 호텔로 만든다는 각오로 개선 활동에 참여했고 레이아웃 최적화에 애썼다"며 "스마트공장 구축으로 가치를 만드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삼성 전문가들과 극동산업 직원들의 노력으로 작업 가능 공간은 93평에서 261평으로 181% 늘어났고, 제조 과정에서 버려지는 시간은 69% 줄었다.

공장 외부에 있던 담벼락도 허물어 제품 상하차도 훨씬 수월해졌다.


매출도 급증세다.

올해는 지난해 매출의 1.5배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25년에는 2.5배까지도 내다보고 있다.

성과에 만족한 오 대표는 삼성에 2단계 사업 지원도 요청할 계획이다.

오 대표는 "삼성의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매출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면서 "스마트공장 사업이 2단계까지 끝나면 '우리 회사가 옛날에 저랬나' 싶을 정도로 많이 바뀌어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스마트공장 구축 성과를 바탕으로 청년 고용도 늘릴 수 있었다.

40명대 후반이었던 직원은 현재 60명까지 늘었고, 대다수는 20·30대다.

베트남 등 외국인 근로자도 고용하고 있다.


극동산업에는 오 대표 아들도 근무하고 있다.

오재륭 책임은 "제조업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스마트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잠식될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며 "적기에 좋은 기회를 만나서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스마트공장 사업으로 '내 공장'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 오 대표는 조선에 이어 방산과 원전 분야에도 진출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오 대표는 "스마트공장을 만들어야겠다는 의지가 있는 많은 중소기업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삼성이 이 사업을 계속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부산 박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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