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종수 CNC밀링 국가대표 선수가 인천 글로벌숙련진흥원에서 컴퓨터 제어를 통한 부품 절삭 훈련을 하고 있다.

오찬종 기자


"이번 대회에서 중국의 5연패를 막고 금메달을 대한민국에 가져오겠습니다.

"
최근 인천 글로벌숙련진흥원 훈련장에서 만난 남종수 CNC밀링 국가대표 선수의 눈빛은 결연한 의지로 가득했다.

CNC밀링은 컴퓨터 제어를 통해 회전 절삭 공구로 맞춤형으로 설계된 부품 또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능올림픽 가공 공정 종목이다.


전문 소프트웨어로 정확하게 원하는 규격대로 코딩을 짜는 것이 첫 번째 미션이고, 절삭돼 나온 부품을 공구를 사용해 가공해서 완성품을 매끄럽게 조립해내는 게 두 번째 미션이다.

남 선수는 "CNC밀링은 손과 머리가 모두 요구되는 종목이라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면서 "둘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대회에서 완성품이 나올 수 없다"고 설명했다.


남 선수가 CNC밀링 종목 선수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중학생 때였다.

당시 특성화고에 다니고 있던 친형이 만들기를 좋아하던 남 선수에게 CNC밀링 종목을 처음 소개했다.

남 선수는 "형의 설명을 듣고 흥미가 생겨 유튜브를 검색해 영상들을 찾아본 게 시작이었다"면서 "기계에 코드를 입력하니 결과물이 절삭돼 나오는 모습을 보고 너무 신기했고 이내 빠져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태백기계공고에 입학한 그는 곧바로 기능반에 지원하며 본격적으로 선수로서 훈련을 시작했다.

물론 처음부터 의욕만큼 두각을 나타냈던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출전한 전국기능대회에선 12등을 기록했다.

이후 꾸준하게 실력을 쌓아나간 결과 고3 때는 전국 7등으로 올라섰고, 스무 살이 됐을 때 비로소 전국 1위에 오르며 국가대표로 뽑힐 수 있었다.


5년여간의 노력 끝에 드디어 올림픽 무대에서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이번 대회는 결코 만만치 않다.

지난 5번의 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휩쓴 중국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중국은 이 종목에서 복수의 최종 국가대표 후보를 막판까지 훈련시킨 뒤 최종 성적이 좋은 한 명만 출전시킬 정도로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인 육성을 하고 있다.

전력이 사전에 유출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외부 국가대표와 평가전도 실시하지 않을 정도다.

남 선수는 "베일에 싸여 있는 중국 국가대표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가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큰 변수"라고 경계했다.

하지만 남 선수의 표정엔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는 올해 베트남·일본 국가대표 선수들과 각각 평가전을 치렀다.

일본과 베트남은 이전 올림픽에서 각각 2등과 3등을 차지한 정통의 강호다.

남 선수는 총 3회 펼쳐진 친선교류전에서 모두 승리를 따내며 실력을 입증했다.

그는 "올림픽 때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고 훈련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 선수는 소속 기업인 삼성전자의 지원도 큰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대표로 선발된 2021년 삼성전자에 입사하며 소속팀이 생겼다.

남 선수는 "과거 현역 선수로 뛰었던 사내 선배들이 코칭을 해주며 훈련을 도와준 것이 보탬이 됐다"면서 "회사에서 훈련 소모품도 아낌없이 지원해줘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올림픽 이후 그가 꿈꾸는 삶은 올림픽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남 선수는 꾸준히 CNC밀링을 연구하는 삶을 희망하고 있다.

남 선수는 "언젠가 CNC밀링 분야에서 '명장' 반열에 오르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오찬종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