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자에서 경쟁자로 고려아연 영풍 실적과 주가는 딴판
고려아연 주총에서 표대결했지만 영업이익 1230배 차이
ESG 경영 지표도 A와 C 격차 커···올해 주가 희비도 엇갈려
고려아연 올해 주가 추이. <자료=구글파이낸스>
동반자에서 경쟁 관계로 바뀐 고려아연과 영풍의 올해 2분기 실적이 정반대로 나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고려아연은 분기 기준 최대 매출과 함께 영업이익도 증가했지만 영풍은 매출 감소 속에 이익 증가세도 미미하다.

양사의 실적은 주가로도 이어졌다.

고려아연 주가는 올해 큰 폭으로 오른 반면 영풍의 주가는 힘을 못쓰고 있다.


고려아연은 올해 2분기에 연결기준 매출액 3조582억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분기 기준 매출액 3조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은 268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2.6%(1130억원)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8.8%로 전년동기 대비 2.5%포인트(p) 상승하며 수익성도 향상됐다.


반면 영풍은 2분기 매출이 752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0.4%나 감소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지난해 2분기 적자에서 올 2분기는 흑자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익 규모는 8338만원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최근 5년(2019년~2023년)으로 기간을 넓혀봐도 양사의 격차는 벌어지는 추세다.


이 기간동안 매출액 격차는 3조원대에서 6조원대로 2배가 늘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양사는 큰 격차를 나타낸다.


지난 5년간 고려아연은 매년 대규모 영업흑자를 기록하면서 연평균 영업이익 875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풍은 두 번의 영업적자로 연평균 영업이익이 약 7억원이다.


양사는 1949년 공동 창업 이후 75년간 동업을 이어왔지만 지난 3월 배당과 유상증자 등을 놓고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이며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고려아연 지분 구조는 최윤범 회장 측과 장형진 영풍 고문 측이 30%대 지분율로 팽팽하다.


시장에선 양사간 실적 격차가 벌어진 이유로 고려아연이 한 우물만 판 것과 달리 영풍은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다 본업이 약해진 점이 원인중 하나라고 보고있다.


고려아연의 경우 ‘연-아연-동 통합 공정’을 구축해 생산성 향상과 함께 원가 절감으로 이익 증가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려아연은 현재 아연과 연, 금, 은, 동, 반도체 황산, 인듐 등 10여종의 금속을 생산하는 반면 영풍은 아연과 황산, 전기동, 은부산물 등으로 제품 수가 고려아연보다 적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제련업 한 길만 걸으며 해당 분야에 대한 기술개발과 투자를 지속한 것과 달리 영풍은 일찌감치 제련업과 다소 무관한 전자(인쇄회로기판) 사업에 뛰어들면서 본업 경쟁력이 약해졌다”며 “제련업 미래에 대한 경영진의 비전과 실행력이 양사의 실적 격차를 만든 근본적 원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영풍 올해 주가 추이. <자료=구글파이낸스>
ESG 분야에서도 양사는 다른 행보를 보인다.


최근 고려아연은 대신경제연구소 자회사인 한국ESG연구소로부터 ESG등급 ‘A+’를 받으며 철강금속 산업 내 1위를 기록했다.


영풍은 고려아연보다 두 단계 낮은 ‘B+’를 받았다.


앞서 고려아연은 또다른 ESG평가기관인 서스틴베스트로부터 최상위 ESG등급인 ‘AA’를 받으며 자산 2조원 이상 기업 가운데 2위 자리에 올랐다.


여기에서도 영풍은 고려아연보다 4단계 낮은 ‘C’를 받았다.


영풍은 지난해 이후 발생한 안전사고로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8개월간 총 세 차례 발생한 근로자 사망 사고로 영풍의 석포제련소 가동률은 50% 후반대로 떨어졌다.

고려아연의 공장 가동률은 100%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기업의 격차는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올 들어 8월19일 까지 고려아연 주가는 8.2% 오른 반면 영풍의 주가는 37.3%나 하락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다른 업종과 달리 제련 기업에게 ESG경영 지표들은 생산성과 경쟁력을 나타내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문일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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