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억만장자 “무심한 자식놈 줄 바엔”…애완견 앞으로 남긴 유산이 무려

美 부동산 거물, 애완견에 161억원 물려줘
21억 받은 라거펠트 애완묘는 생일 궁전 산책
“영국인 8명 중 1명, 애완동물 상속 관심”

2020년 세상을 떠난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와 그의 유산 21억원을 물려받은 고양이 ‘슈페트’.
지난 2020년 세상을 떠난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120만파운드(약 21억원)의 유산을 그가 기르던 고양이 ‘슈페트’에게 남겼다.

미국의 억만장자 부동산 투자가인 레오나 헴슬리는 2007년 세상을 떠날 때 자신의 애완동물인 몰티즈 ‘트러블’에게 무려 1200만달러(약 161억원)의 유산을 남겼다.

애완견이 유산을 받으면서 그녀의 손주 두 명은 유산 상속에서 제외됐다.

생전 트러블은 플로리다에 있는 헴슬리 호텔에서 지배인의 보호 아래 매년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 쓰며 호화로운 여생을 보냈다.


이처럼 유산을 애완동물에게 물려주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18일(현지시간) 전했다.


영국 로펌인 코옵리걸서비스는 유언장 작성에 대해 문의하는 8명 중 1명은 애완동물에게 유산을 남기기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곳 시무스 오브라이언 변호사는 “자신의 죽음이 반려동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고려해 재산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애완동물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중국에서도 애완동물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1월 중국 상하이시에서는 한 여성 갑부가 평소 연락을 안 하는 자식들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고, 평소 자신의 곁을 지킨 반려견과 반려묘에 2000만위안(약 37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남기기로 유언장을 고쳐 써서 화제가 됐다.


장례식장에 애완동물이 참여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코옵리걸서비스는 지난해 치러진 장례식 중 75%가 애완동물 참여 요청을 받았는데, 이는 5년 전 50%에 비해 늘어난 수치라고 밝혔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유명 코미디언 폴 오그레디의 장례 행렬 맨 앞에는 그의 애완견인 말티즈가 섰다.

총 5마리의 애완견들은 12만5000파운드(약 2억원)를 상속받았다.


부자들은 별도의 재단이나 신탁기관을 설립해 애완동물에게 유산을 물려준다.

미국의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본인이 애완견 세 마리보다 먼저 죽을 경우, 3000만달러(약 402억원)의 재산을 애견들에게 상속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 부담을 느끼는 서민들의 경우 본인이 죽은 이후 애완동물을 맡겨줄 사람을 미리 구한 다음 재산을 물려주는 방식을 선택한다.

애완동물은 법적으로 개인의 사유 재산으로 취급받아 직접 재산을 물려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상속받은 애완동물이 사망할 경우에 남은 유산은 실제 유산을 상속받은 재단이나 개인이 갖게 된다.

지난 2010년 애완견 ‘트러블’이 죽은 후 남은 유산은 헴슬리 부부가 기부한 재산으로 설립된 동물보호재단에 넘어갔다.


법률 전문가들은 너무 많은 재산을 애완동물에게 물려주면 사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헴슬리의 경우 유족들이 애완견에게 너무 많은 재산을 물려줬다며 유언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애완견이 상속받는 유산을 6분의 1인 200만달러(약 27억원)로 줄이고, 나머지 1000만달러(약 133억원)를 헴슬리의 자선 신탁기관과 상속받지 못한 두 손주에게 배분했다.


비교적 적은 금액을 유산으로 남기는 사람들도 본인이 죽은 다음 정확하게 누가 유산을 상속받아, 어떻게 애완동물을 돌봐줄 것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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