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학들 “티메프 사태 본질은 재무관리 실패”...규제 확대엔 신중

성급한 플랫폼 규제 도입에 반대 목소리
규제 시 되레 국내 기업들 경쟁력 저하
“국내 시장, 이번 위기 오히려 기회로 삼아야”

서울대학교 경영대학과 한국재무관리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심포지엄이 19일 서울대에서 개최됐다.

[사진 제공 = 한국재무관리학회]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의 본질은 무엇일까.
서울대학교 경영대학과 한국재무관리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심포지엄이 19일 서울대에서 개최됐다.


이번 심포지엄은 ‘재무관리 실패 사례로서의 티메프와 정책적 시사점’을 주제로, 유통에서의 재무 관리 문제와 정책적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티메프 사태의 원인이 재무관리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티메프가 위시 인수 과정에서 무리한 자금 동원으로 유동성 위기를 자초했고 과도한 할인 정책으로 재정 악화를 가속화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더해져 문제가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지윤 연세대 교수는 이번 티메프 사태를 분석하며 “유동성 관리 실패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모든 기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며 “유동성 관리 실패로 인한 재무적 곤경 비용은 상당하며, 경영진(주주)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채무의 대리인 문제로 이 비용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금 보유에는 비용이 수반된다”며 유동성 관리와 기업가치 간의 적절한 균형을 강조했다.


이어 재무관리 실패로 인한 위기라는 점에서 관련 규제 마련에 있어서도 재무관리적 시각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유동성 문제나 도덕적 해이가 염려되지 않는 기업에까지 규제를 확대하면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무관리 실패 사례로서의 티메프와 정책적 시사점’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19일 서울대에서 개최됐다.

[사진 제공 = 한국재무관리학회]

유병준 서울대 교수는 티메프 사태의 본질을 경영진의 무리한 확장과 잘못된 재무관리 등 고전적인 문제로 규정하며 “이번 사태를 명분으로 성급하게 플랫폼 규제를 도입하면 정작 중요한 문제를 간과하고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해외 플랫폼들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나친 규제는 오히려 국내 기업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정부의 정책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재성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2년간 판매 부진에 따른 온라인 플랫폼의 매출 감소가 약 54조원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하며, “티메프 사태의 근본 원인은 알테쉬 등 해외 거대 유통 플랫폼의 국내 진출 등으로 심화된 국내 온라인 상거래 생태계의 경쟁력 약화에 있다”고 진단했다.


박 위원은 플랫폼 기업의 도덕성 문제 못지않게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경쟁 환경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커머스 가치사슬의 각 단계에서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확산시켜 나가야 할 때”라고 피력했다.


전성민 가천대 교수는 “플랫폼에 대한 규제 강화, 특히, 일괄적인 지급대금 관련 규제는 금융기관 규제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며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지속적인 실험을 하는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해 차별화된 규제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최적의 규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취지다.


더불어 국내 플랫폼들이 이미 시행중인 안심보험, 선정산, 인공지능 기반의 금융서비스 등을 언급하며 “규제보다는 혁신적 재무관리 기술로 장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종섭 서울대 교수는 자본잠식에 빠진 좀비 플랫폼 티메프가 상품권 할인 판매를 통해 판매 영업을 확대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한 뒤, 판매된 상품권의 소비자 전달 시기를 늦춰 자금 돌려막기를 시도한 정황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점을 꼬집었다.


이어 비금융 플랫폼 기업의 폰지 사기 가능성에 대한 규제 당국의 대응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제언도 덧붙였다.


강형구 재무관리학회장은 이번 사태를 해외 플랫폼의 국내 유통 장악 위험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했다.

그는 “알테쉬 등 해외 기업의 등장으로 급변하는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환경에서 이번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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