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세상을 떠난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와 그의 유산 21억원을 물려받은 고양이 '슈페트'.

2020년 세상을 떠난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120만파운드(약 21억원)의 유산을 그가 기르던 고양이 '슈페트'에게 남겼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이처럼 유산을 반려동물에게 물려주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로펌인 코옵리걸서비스는 유언장 작성을 문의하는 8명 중 1명은 반려동물에게 유산을 남기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 로펌의 셰이머스 오브라이언 변호사는 "자신의 죽음이 반려동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고려해 재산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반려동물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중국에서도 반려동물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1월 중국 상하이에서는 한 여성 갑부가 평소 연락을 안 하는 자식들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고, 자신의 곁을 지킨 반려견과 반려묘에게 2000만위안(약 37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남기기로 유언장을 고쳐 화제가 됐다.


부자들은 별도의 재단이나 신탁기관을 설립해 반려동물에게 유산을 물려준다.

미국의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본인이 반려견 세 마리보다 먼저 죽을 경우 3000만달러(약 402억원)의 재산이 반려견들에게 상속될 수 있도록 준비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 부담을 느끼는 서민들은 본인이 죽은 후 반려동물을 맡아줄 사람을 미리 구한 다음 재산을 물려주는 방식을 선택한다.

반려동물은 법적으로 개인의 사유 재산으로 취급받아 직접 재산을 물려줄 수 없기 때문이다.


상속받은 반려동물이 사망하면 남은 유산은 실제 유산을 상속받은 재단이나 개인이 갖게 된다.


법률 전문가들은 너무 많은 재산을 반려동물에게 물려주면 사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리오나 헴슬리의 경우 유족들이 반려견에게 너무 많은 재산을 물려줬다며 유언에 이의를 제기했다.


비교적 적은 금액을 유산으로 남기는 사람들도 본인이 죽은 다음 정확하게 누가 유산을 상속받아, 어떻게 반려동물을 돌봐줄 것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했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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