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재벌 “무관심한 손주보다 낫잖아”…애완견에게 물려준 유산이 무려

미 부동산 거물, 애완견에 161억원 물려줘
21억 받은 라거펠트 애완묘는 궁전 산책
“영국인 8명 중 1명, 애완동물 상속 관심”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딸처럼 아낀 고양이 ‘슈페트’
지난 2020년 세상을 떠난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120만파운드(약 21억원)의 유산을 그가 기르던 고양이 ‘슈페트’에게 남겼다.

라거펠트는 생전에도 “내 고양이는 그녀만의 작은 재산을 갖고 있다”라며 “그녀는 상속녀이며, 부유한 소녀이다”라고 말하고 다녔다.


최근 13번째 생일을 맞이한 버마(미얀마)산 흰색 암컷 고양이 슈페트는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마당에서 소풍을 하고 있는 사진이 공개됐다.


‘비열한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미국의 억만장자 부동산 투자가인 레오나 헴슬리는 2007년 세상을 떠날 때 자신의 애완동물인 몰티즈 ‘트러블’에게 무려 1200만달러(약 161억원)의 유산을 남겼다.

애완견이 유산을 받으면서 그녀의 손주 두 명은 유산 상속에서 제외됐다.


이처럼 거액의 유산을 받고 호화로운 삶을 누리는 애완동물은 드물지만, 최근 유산을 애완동물에게 물려주는 경우는 늘어나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18일(현지시간) 전했다.


로펌 코옵리걸서비스는 유언장 작성에 대해 문의하는 8명 중 1명은 애완동물에게 유산을 남기기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로펌의 시무스 오브라이언 변호사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죽음이 반려동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고려해 재산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례식장에 애완동물이 참여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코옵리걸서비스는 지난해 치러진 장례식 중 75%가 애완동물 참여 요청을 받았는데, 이는 5년 전 50%에 비해 늘어난 수치라고 밝혔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유명 코미디언 폴 오그레디의 장례 행렬 맨 앞에는 그의 애완견인 말티즈가 섰다.

총 5마리의 애완견들은 12만5000파운드(약 2억원)를 상속받았다.


부자들은 별도의 재단이나 신탁기관을 설립해 애완동물에게 유산을 물려준다.

미국의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본인이 애완견 세 마리보다 먼저 죽을 경우, 3000만달러(약 402억원)의 재산을 애견들에게 상속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 부담을 느끼는 일반인들의 경우 본인이 죽은 이후 애완동물을 맡겨줄 사람을 미리 구한 다음 재산을 물려주는 방식을 선택한다.

대부분의 경우 애완동물은 법적으로 개인의 사유 재산으로 취급받기 때문에, 직접 재산을 물려줄 수는 없어서다.


영국 햄프셔주에 거주하는 조시 하버트는 동물학 학위를 갖고 있는 32세 조가에게 그녀의 두 거북이와 유산을 맡긴다는 유언장을 작성했다.

그녀는 “내가 누구에게 무엇을 주고 싶은지, 유언장에 어떤 내용을 포함하고 싶은지 명확했기 때문에 유언장 작성 과정은 쉬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재산을 애완동물에게 물려주면, 사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헴슬리의 경우 유족들이 애완견에게 너무 많은 재산을 물려줬다며 유언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애완견이 상속받는 유산을 6분의 1인 200만달러(약 27억원)로 줄이고, 나머지 1000만달러를 헴슬리의 자선 신탁기관과 상속받지 못한 두 손주에게 배분했다.


비교적 적은 금액을 유산으로 남기는 사람들도 본인이 죽은 다음 정확하게 누가 유산을 상속받아, 어떻게 애완동물을 돌봐줄 것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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