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바꿔 출산율 올린 사례 넘치는데…“육휴 의무화땐 세제혜택 더 줘야”

“독일처럼 육아휴직 명칭 변경 검토해볼 만해
기업에선 인구위기 대응 전담 조직 만들어보자”

이인실 한반도 미래인구연구원장이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인구위기 대응 평가에서 80점을 받는 기업이 100곳으로 늘어나도록 돕겠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은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기업들이 인력난에 시달리면서도 인구위기 대응에는 아직 소극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미연은 2022년 저출산·고령화 해소를 위해 설립된 싱크탱크다.

이 원장은 “국내 기업들은 20~30년 전부터 인구구조 변화로 갈등을 많이 겪어왔고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와 소비시장 위축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며 선제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EPG(환경·인구·투명경영) 경영 평가에 이어 우수기업 사례를 공유해 인구위기 대응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원장은 “10월 우수기업 수상을 진행하고 다른 기업에 사례를 공유하며 조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는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원장은 “여성 경력 단절을 방지하고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적 자본도 물적 자본처럼 기업 투자로 인식하고 세액공제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복직하는 여성 인재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많은 여성들이 육아휴직 기간을 단순 연장하는 것보다는 복직 후에도 ‘제대로’ 일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업무에서 배제하지 않고 여성 리더를 키울 수 있는 근로문화를 조성하자는 취지다.


독일처럼 육아휴직 명칭을 바꾸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 돌봄을 ‘쉬는 것’이라 인식하지 않고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권리로 인식을 바꿔보자는 것이다.

이 원장은 “독일은 부모시간(Elternzeit)을 직원 권리로 보장하면서 아빠 육아휴직 의무·할당제를 도입해 출산율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기업 차원에서는 인구위기 대응 전담 부서를 만들자는 제안도 꺼냈다.

이 원장은 “한국콜마그룹의 경우 출산장려팀이란 부서를 별도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며 “부서를 넘어서서 경영진 차원에서 인구위기 대응을 전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최고디지털책임자(CDO),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와 같은 새로운 직책이 생겨나듯 최고인구책임자(CPO)를 만들어보자는 뜻이다.


이 원장은 기업들이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당부했다.

출산·육아 장려책은 많지만 실제 현장에선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이 원장은 “앞으로는 인구 변화에 앞서 대응한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성별 임금 격차를 낮추면 기업 생산성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용어 설명>
▶ 부모시간(Elternzeit) : 독일 거주인은 근로 여부와 상관없이 육아에 전념할 수 있는 부모시간을 보장받는다.

독일 정부는 자녀가 8세가 될 때까지 부모시간을 3년 동안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