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성적 공포 휘둘리는 증시
나는 과연 어떤 오류에 취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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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처=블랙록> |
지난 8월 5일의 글로벌 증시 대폭락은 시장이 얼마나 공포에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미국발 경기 침체 가능성을 보여주는 몇 개의 지표에 실제 펀더멘털보다 과민반응하면서 대규모 매도세가 나타났다.
중요한 점은 앞으로도 이 같은 변동성 장세가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증시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롬바드 오디에 인베스트먼트의 플로리안 이앨포 매니저는 지난주 글로벌 증시를 “비관적인 시장 전망에 가혹한 처벌을 가하는 ‘일방통행’의 한 주였다”라고 평가하면서도 “경제 지표에 여전히 모순이 존재하고 상당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지나친 낙관론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5일의 증시 충격에서 알 수 있듯이 변동성이 커지는 과정에서 비이성적 요소들이 폭발적으로 결합하게 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확률과 통계, 기타 숫자에 기반한 예측으로 작동하는 금융 시장에서 감정에 따라 판단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지적한다.
투자자들의 인내심이 필요한 시기에 블랙록이 투자 결정 과정에서 작동한다고 분류하는 행동경제학의 여러 심리적 오류들을 소개한다.
혼란의 시기에 자칫 내가 어떤 심리적 오류로 투자 리스크를 키우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다.
①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 우리는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
확증 편향은 이미 머리 속에 형성된 믿음을 확인해주는 정보에만 집중할 때 발생한다.
특정 기업에 투자할 이유를 찾는 이가 그 투자를 정당화하기 위해 그 기업과 관련한 긍정적 정보만 검색해 받아들이게 된다.
반대로 주식 투자가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는 주식 폭락과 관련한 정보만 검색하며 아직 투자할 때가 아니라는 확신을 강화하는 식이다.
②앵커링 편향(Anchoring bias) : 유명한 푸른 고래 실험
앵커링 편향은 투자자가 초기 정보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관련된 새로운 정보를 해석할 때 발생하는 오류를 뜻한다.
1990년대 후반 미국에서 실시된 푸른 고래에 대한 질문이 대표적이다.
A그룹에는 ‘푸른 고래 길이가 49m가 넘는다고 생각하는데, 당신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B그룹에는 ‘당신은 푸른 고래 길이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보다 단순하게 물었다.
그 결과 ‘49m’라는 정보가 고정된(anchored) A그룹의 평균 답변은 60m였고, B그룹의 평균 답변은 30m였다.
실제 푸른 고래의 평균 길이는 26m다.
투자 결정 과정에서 이 같은 앵커링 편향은 작년 A회사 주가가 올랐다는 이유로 올해에도 상승을 기대하며 이에 집착하는 식이다.
투자자는 과거 실적이 미래 실적에 대한 가이드가 아니라는 점을 진지하게 인식해야 한다.
③반복 편향(Repetition bias) : 당신은 상어가 무서운가
반복 편향은 자주 반복되는 정보에 더 많은 신뢰성을 부여하는 경향을 뜻한다.
예컨대 당신은 상어의 공격 혹은 소행성 충돌 중 어떤 사건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플로리다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상어에 의해 죽을 확률은 370만분의 1에 불과한 반면, 소행성 낙하로 사망할 확률은 이보다 두 배 이상 높은 160만분의 1이다.
그렇다면 왜 상어 공포증이 더 크게 나타날까. 영화 ‘죠스’를 기억할 정도로 상어에 대한 공포가 미디어를 통해 널리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플로리다대는 설명하고 있다.
투자 결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2001년, 2008년의 주식 대폭락 사태, 암호화폐 시장의 가격 급등과 급락 뉴스가 빈번하게 나타나면서 투자자들은 주가 급변동 이벤트가 수시로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라는 공포를 갖게 된다.
④활동 편향(Activity bias) : 분산에 대한 경계심을 가져라
이 편향은 스트레스가 커질 때 스스로 활동성을 키워 심리적 안정을 꾀하려는 오류를 뜻한다.
예컨대 일상 생활에서 긴 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했을 때 처리해야 할 일들이 쌓여있게 된다.
이 때 의도적으로 차분함을 갖고자 특정 업무 하나에 집중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스스로를 안심시키기 위해 많은 수의 작업을 동시에 처리하는 방식으로 진전이 있다며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이가 있다.
만약 당신이 후자에 속한다면 투자 결정 과정에서 보다 신중해야 한다.
시장 하락 국면으로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 여러 차례 매수와 매도를 시도하는 등 성급한 결정으로 포트폴리오에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⑤처분 효과(The disposition effect) : 당신은 어떤 종류의 패배자인가
처분 효과는 실패를 피하려는 자연스러운 경향이 오히려 판단 능력을 왜곡시키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카지노 게임에 50달러를 걸었지만 안타깝게도 졌다.
당신은 미련 없이 집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두 번째 손실의 위험을 감수하고 다시 도전할 것인가.
투자자들은 이 처분 효과로 인해 주가가 다시 오를 것이라는 희망으로 해당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버틴다.
비록 패배를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펀더멘털의 변화에 따라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게 블랙록의 조언이다.
투자한 이유가 여전히 유효하다면 매도할 이유가 없지만 장기적으로 유리한 조건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매도하고 당신의 손실을 줄이라는 것이다.
⑥군집 효과(Herd effect) : 투자자는 헤처모이는 동물이다
이 편향은 자신의 판단보다 다수의 판단을 신뢰할 때 발생한다.
내 생각이 집단의 합의된 의견이라고 믿고 거기에 맞추려는 태도를 취하게 된다.
주말 외식 장소를 택할 때 내가 원하는 메뉴와 장소를 우선 기준으로 하지 않고 다른 이들이 많이 가는 곳을 택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사회적 증거에 대한 욕구가 이러한 행동을 유도한다.
디지털 시대에서 군집 효과는 아주 짧은 시간에 주가 급등을 만들지만 버블이 터지면 군집 효과는 빠르게 역전돼 패닉 매도 등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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