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률 3년새 20% 뛰었다”…경기 침체 와도 끄떡없다는 이 종목

영업이익률·배당 같이 오르는 종목 골라보니

기아, 하이브리드 비중 30%
현금배당 2배 상향 예고

한화에어로, 해외 자주포 수출
수주 잔액 3년만에 6배 급증

HD현대일렉트릭, AI발 수요에
영업이익률 19%로 껑충

“앞으로 닥쳐올 경기침체를 버티기 위해선 영업이익률(마진)의 절대값 보다 상승 추세에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요인이 될 것입니다.


요즘 국내 증권가의 화두는 경기침체다.

미국에서 제기된 경기침체 공포 심리가 한국으로 전이되는 것이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2일 A증권사의 모닝미팅(아침회의)에서도 경기침체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코스피 지수가 하루만에 8% 급락한 ‘블랙먼데이’(5일) 이후 계속해서 이 말이 나오고 있다.

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거시경제 변수 위험(리스크)에서 자유로운 주식으로 ‘마진의 추세’가 중요하다”며 “또 다른 주가 급락이후엔 배당으로 버텨야 하기 때문에 마진과 배당이 모두 상승한 종목으로 추천 범위를 좁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선 월스트리트에서 고평가된 인공지능(AI) 관련 종목들의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향후 경기침체 리스크가 부각될때마다 이같은 패턴이 반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종목 중 저마진·저배당 상장사였다가 수년간 마진과 배당이 증가하는 종목들이 향후 경기침체가 와도 주가 변동성이 낮고 침체이후 주가 상승여력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같은 기준으로 여의도에선 시가총액 상위 종목 순서로 기아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 SK텔레콤 HD현대일렉트릭 현대로템 등 ‘빅5’를 침체방어주로 주목하고 있다.


12일 현재 시가총액 상위 100종목 중 2021년 이후 2024년(예상)까지 3개년 영업이익률 상승과 배당 인상이 동시에 이뤄지는 상장사로 투자 대상을 좁혔을때 나온 종목들이다.


기아는 세계 최고 수준의 마진을 기록했는데 그 비결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 비중 확대 승부수가 통하고 있다.


방산업종으로 묶이는 한화에어로와 현대로템은 수주잔고 증가로 경기침체와 상관없이 일감을 확보해놔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SK텔레콤은 AI에 대한 투자 증가에도 높은 배당률을 유지 중이며 HD현대일렉트릭은 어떤 경기 상황 속에서도 전력 증가에 따른 수혜가 보장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아,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둘다 잡아 주가 방어
경기 침체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는 판단하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하이브리드차(HEV) 비중을 늘리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차 배터리를 동시에 장착한 HEV의 이익률은 같은 친환경차 범주에 속해있는 전기차는 물론 내연기관차 보다 높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HEV 이익률은 12%가 넘어 전기차의 6배”라며 “도요타가 하이브리드 일변도로 마진과 주가를 모두 높이면서 다른 완성차업체들이 이같은 전략으로 향후 2~3년내 경기침체 국면을 버티려 한다”고 말했다.


기아의 국내 HEV 판매 비중은 사상 처음 30%를 넘었다.

2023년 2분기 25%에서 올 2분기 32% 까지 높아졌다.


최근 화재 사고 등으로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기)이 길어지고 있어 이같은 HEV 전략이 통하고 있다.


기아는 올 상반기에 전체 자동차 판매대수가 작년 상반기에 비해 감소하는 상황 속에서도 HEV 판매대수는 같은기간 20.4%나 증가해 마진을 방어했다.


기아의 마진 방어 ‘투톱’은 스포티지 HEV와 쏘렌토 HEV로, 1년새(2023년 상반기 대비 올 상반기 기준) 각각 판매 실적이 14%씩 늘어났다.


이에 따라 기아의 이익률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21년 7.3%였던 영업이익률은 작년에 첫 두 자리수(11.6%)로 올라섰고 올해는 12.5%가 예상된다.


지난 2분기에 이미 13.2%라는 이익률로 글로벌 톱 수준의 경쟁력을 과시했다.


이는 지난 1분기 BMW(11.4%)는 물론 2분기 실적을 발표한 한 자릿수 마진의 미국 상장사(테슬라 GM 포드)들을 모두 제친 이익률이다.


그러나 올 들어 주가는 신통치 않은 편이다.

미국에서 전기차 위주의 전략을 폈다가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국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수출하는 구조여서 보조금은 못 받고 비용 요소인 판매 인센티브는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기아의 대형 전기 SUV인 ‘EV9’은 올해 1~7월 미국에서 1만1486대나 팔렸다.

전체 미국 전기차 판매의 34%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에 따라 지난 2분기 기준 기아의 미국 시장 전체 판매대수에서 전기차와 HEV 판매 비중은 각각 9%와 7%로 전기차 비중이 높아졌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침체 우려가 있지만 기아 주가는 실적 대비 매력적인 구간”이라며 “뛰어난 현금창출능력과 전기차 캐즘 이후 EV3 EV4 등 전기차 라인업이 강화된다는 것이 주요 호재”라고 분석했다.


기아의 향후 12개월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3.86배에 불과하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7배로 1배 밑이다.


배당 매력도 큰데 지난 12일 기준 배당수익률 5.48%다.

특히 2021년 연간 주당 3000원이었던 현금 배당금이 올해는 6452원으로 추정돼 3년만에 2배 수준으로 상향 조정될 전망이다.


◆수년치 일감 쌓아놓은 방산주도 침체에 끄떡없어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2021년 이후 꾸준히 이익률이 상승한 종목으로 한화에어로와 현대로템이 주목받고 있다.


두 ‘K방산’ 회사들은 ‘가격이 싸면 성능이 떨어진다’는 업계의 속설을 정면으로 깨고 있고 그동안 저마진 구조도 탈피하고 있어 올해 주가 상승률이 뛰어나다.


2021년 영업이익률 5%였던 한화에어로는 작년 7.4%에 이어 올해 9.6%가 예상된다.

추정치이긴 하나 2025년에는 10.6%로 사상 첫 두 자릿수 이익률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전세계가 전쟁 위험이 상존하고 있고 불황의 파도 속에서 전세계 주요국들이 가성비 높은 한화에어로 무기를 사들이고 있다.


지난 7월 한화에어로는 루마니아 자주포 사업에서 독일 방산업체 라인메탈을 제치고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작년말 한화에어로의 방산부문 수주잔고는 27조8566억원이었는데 지난 6월말 기준 30조3000억원으로 올 들어 2조4434억원이 증가했다.


2021년 5조원대였던 수주잔고가 3년도 안돼 6배 가량 급증했다.


2023년 매출이 9조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한화에어로는 3년이 넘는 일감을 미리 확보한 셈이다.


올 들어 지난 12일 까지 주가가 135.9%나 급등하면서 PER가 20배 근처로 높아진 것은 단기 주가 부담 요인이다.


그러나 2021년 주당 7000원이었던 배당금을 2022년 1000원, 작년 1800원까지 2년 연속 인상한 것은 주주환원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현대로템 역시 수주잔고와 주가 상승률이 올해 동행하고 있다.

작년말 대비 올 6월말 현재 수주잔고는 1조4912억원이 증가한 18조9915억원이다.


이 방산주는 작년 매출을 감안했을때 5년이 넘는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


배당 수치는 한화에어로에 미치지 못하나 예상 PER이 12배 수준으로 상대적 저평가 구간에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현대로템은 철도사업, 방산물자, 에코플랜트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해 경기침체나 전쟁 상황 변화에도 더 능동적으로 대응할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한국철도공사와는 KTX, 방위사업청과는 전차 정비 계약을 연이어 체결하며 주가가 사상 최고가로 진격하기도 했다.


◆AI 투자 늘리는 SK텔레콤 배당 인상 계속되나
지난 2분기 실적에서 유일하게 웃은 통신주는 SK텔레콤이었다.


이 기간 SK텔레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조4224억원, 5375억원이다.

작년 2분기 보다 매출이 2.7% 증가했는데 영업이익은 16%나 늘어나면서 이익률이 더 개선된 것. LG유플러스와 KT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0% 이상 감소한 것과는 완연한 대조를 보였다.


기존 통신사업이 아닌 기업간 거래(B2B) 사업이 뜻밖의 호조를 보여서다.

경기침체에 취약한 개인 소비자들보다 기업을 상대로한 사업이 마진율 상승을 이끈 셈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가동률이 늘고 클라우드 수주가 증가하면서 B2B가 신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며 “기존 데이터센터 사업을 AI 사업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AI로의 투자가 증가해 고배당주로서의 지위를 잃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021년 주당 2660원이었던 SK텔레콤 배당금은 2022년 3320원, 2023년 3540원으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는 3544원으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전망된다.


시총 상위 종목 중 가장 드라마틱하게 이익률이 상승한 곳은 단연 HD현대일렉트릭이다.


2021년만해도 이익률이 0%대였는데 올해는 20%를 노크하고 있다.


이같은 실적 자신감으로 2022년 첫 배당(주당 500원) 실시 이후 올해까지 2년 연속 배당 인상을 정조준하고 있다.


전력 인프라를 제공하는 이 회사에 대한 증권가 예상은 엇갈리고 있다.


제조업 기반 회사가 20%에 가까운 이익률을 기록하는 것에 대해 구리가격 등 원자재 가격이 안정돼 있어서 가능했다는 쪽과 이 회사의 주력 시장이 AI 회사들이 즐비한 북미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마진율이 유지될 것이란 의견으로 나눠져 있다.

다만 PBR이 9.8배에 달해 주가는 부담스럽다는 분석도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경기 침체와 상관없이 AI발 전력 수요는 여전해 HD현대일렉트릭 역시 방산업체 처럼 3년이 넘는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며 “다만 주가가 단기에 급등해 AI 관련주와 함께 변동성은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문일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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