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붙은 금리 논쟁 ◆
투매 쏟아진 일본 증시 일본 증시가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한 5일 도쿄 시내에서 종가를 보여주는 전광판 주위로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이날 닛케이지수는 세계 경제의 불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전장 대비 4451.28포인트(12.40%) 내린 3만1458.42에 장을 마감했다.

종전 최고 기록인 1987년 10월 20일 '블랙 먼데이' 낙폭(3836포인트)을 뛰어넘었다.

AFP연합뉴스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로 전 세계 증시가 폭락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월가에서는 '패닉셀'을 막기 위해서라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하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왔다.

특히 연준이 8월 조기인하 혹은 9월에 '빅컷(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고,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1.25%포인트까지 낮출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아직 뚜렷한 '경기침체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도 많다.

지금까지 고금리를 2년 이상 유지해온 만큼, 연준이 동원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많다는 점도 과민반응할 필요 없다는 근거로 제시됐다.

당분간 변동성이 커지고 시장이 혼란스러울 수는 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를 단정짓기에는 섣부르다는 분석이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채권 선물 트레이더들은 올 연말까지 연준이 기준금리를 총 1.25%포인트 인하하는 데 베팅하고 있다.

주말을 지나면서 예상 인하 폭이 커졌다.

올해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9월, 11월, 12월 세 차례 남았으니 빅컷을 두 번, 스몰컷을 한 번 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시카고상업거래소(CME)그룹 페드워치에서 9월 0.5%포인트인하, 11월 0.5%포인트 인하, 12월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가장 높게 집계됐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글로벌 증시를 추락시키고, 금융시장 패닉은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다시 실물 경제를 더 가라 앉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비 위축→기업 활동 위축 →고용 축소'로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탄분헹 싱가포르 미즈호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실업률이 높아져 지출이 제한되고 고용과 소득, 경제활동이 더욱 위축돼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가장 우려된다"고 밝혔다.


세계경제를 이끌던 미국 경제의 호황이 막을 내릴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BMO 캐피털 마켓의 금리 전략가 이안 린겐은 "연준이 오는 9월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지 확신하지 못하지만 '골디락스(물가안정 속 성장)'가 물 건너갔다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중동 불안을 비롯한 다른 요인들도 변수로 꼽혔다.

정광수 존스홉킨스대 교수(한미경제학회장)는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까 했던 기대가 무너진 뒤 연이어 발표된 노동시장 지표와 기업 실적발표로 경기불안에 대한 우려가 분출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국 경제의 이 같은 상황과 중동에서의 전쟁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세계 전역에서 위험자산으로부터의 탈출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반면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4일 보고서에서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을 기존 15%에서 25%로 상향 조정했지만 침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경기침체 위험이 제한적이라고 본다"며 "경제는 괜찮아 보이고, 큰 금융 불균형도 없으며, 연준은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많고 필요한 경우 신속하게 인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폭락장이 저조한 고용·제조업 지표에서 촉발된 만큼 일단 8월 미국 경제지표 발표를 지켜보자는 분석도 많다.

토르스텐 슬뢰크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주 금요일 고용지표 발표 후) 서사가 하룻밤 사이에 바뀌었다.

투자자들은 금요일의 일자리 수를 통계적 특이점으로 볼지, 아니면 미국이 더 심각한 경기 둔화기에 접어들었는지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형민 국제금융센터 세계경제분석실장은 "1~2개월의 경제지표만으로 미국 경제가 순식간에 침체될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미국 고용지표는 태풍의 영향을 빼고도 침체의 징후가 섞여 있어 8월에 공개할 주요 경제지표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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