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의 바로미터인 고용과 제조업이 미국에서 침체 신호를 나타내자 월가 안팎에서 내년 미국 경기침체설이 급부상했다.

특히 경기침체 책임을 놓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어 향후 통화정책 변화도 주목된다.


미국 경기침체론은 무엇보다 파월 연준 의장도 우려한 고용시장의 급속한 냉각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1일(현지시간)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에 따르면 올해 7월 고용지수가 43.4를 기록해 팬데믹 직후인 2020년 6월 이후 4년1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로젠버그 리서치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설립자는 "43.4라는 수치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2008년 9월 45.4보다 낮다"면서 "당시 경기침체가 시작되고 10개월에 접어들던 때"라고 밝혔다.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1만4000명 증가한 24만9000명을 기록해 심리적 저항선인 25만명에 근접했다.

지난해 8월 이후 1년여 만에 가장 많았다.

2주 이상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187만7000건으로 2021년 11월 말 이후 가장 많았다.


블룸버그도 미국 실업률 상승을 지적하며 경기침체 신호의 시작을 알리는 '삼 법칙'(Sahm Rule)에 빨간불이 켜지기 직전이라고 분석했다.

삼 법칙은 3개월 평균 실업률이 지난 12개월간 가장 낮았던 시점과 비교해 0.5%포인트 높아지면 경기침체의 시작으로 진단하는데, 현재 이 수치는 0.43%포인트 높은 상태다.

BCA리서치는 최근 미국 경제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업률이 상승하면서 미 경제의 주 성장동력인 소비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 7월 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달(48.5)보다 떨어진 46.8을 기록한 것은 실물경제 침체의 전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 충격을 더했다.

PMI는 4개월 연속 기준점인 50 미만에서 지속 하락해 위축 국면임을 확인했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나오자 연준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됐다.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준금리 인하가 실제 효과를 발휘하는 데 필요한 시차를 감안하면 9월 인하가 침체를 막기에 늦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에 더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예컨대, 9월 기준금리 인하 폭을 베이비스텝(0.25%포인트)이 아닌 빅스텝(0.5%포인트)으로 키우거나 인하 횟수를 늘릴 수 있다.

TD증권의 오스카 무뇨스 전략가는 "노동시장 둔화로 인해 연준이 더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며 "9·12월에 더해 11월에도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외 중국의 제조업 불황 지표는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을 더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집계한 제조업 PMI는 3개월 연속 수축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증시는 충격 속에 추락했다.

뉴욕증시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장중 19.48을 기록했는데, 4월 19일 이후 3개월여 만에 가장 높았다.

VIX는 주가지수와는 반대로 움직여 공포지수로도 불린다.


아시아 증시에선 일본 닛케이225지수(-5.7%), 대만 자취엔지수(-4.4%), 홍콩 항셍지수(-2.2%) 등 주요국 증시가 동반 하락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날 시장에선 위험 회피 분위기가 만연하면서 은행, 보험, 증권업을 필두로 반도체, 자동차, 중공업까지 대부분의 주요 업종에서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


홍콩, 대만을 비롯한 중화권 증시도 이날 기술주 위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홍콩 항셍지수가 장중 한때 전일 대비 2.5% 넘게 내린 1만6865.93까지 기록한 가운데 비야디(-4.6%), 샤오미(-4.0%), 지리자동차(-4.1%), 메이퇀(-6.7%) 등 기술주 위주로 하락장을 연출했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 서울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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