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중동 긴장 고조에도 ‘경기침체’ 우려…4주 연속 하락

미국·중국 제조업 지표 둔화 ‘충격’
WTI·브렌트유 4주째 하락세 지속
이스라엘·하마스·이란 갈등 격화에도
경기침체·수요둔화가 중동 위험 상쇄

미국 텍사스 스탠튼에 위치한 석유 시추장치가 유정에서 원유를 생산하고 있는 모습. [사진=AFP연합]
중동발 지정학적 위험 고조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 ‘G2’의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자 국제유가가 4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1일(현지시간) 유럽 ICE선물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79.52달러(-1.63%)로 내렸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도 배럴당 76.31(-2.05%)로 내리면서 6월 초 이후 2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앞서 국제유가는 지난 7월 초 무렵만 해도 WTI 선물 기준 83달러. 브렌트유 기준 87달러선까지 오르면서 배럴당 90달러선까지 다가섰다.


그러나 미국의 고용시장 냉각과 인플레이션 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의 내수경기도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국제유가는 에너지 수요 둔화 전망에 4주 연속 약세를 보였다.


블룸버그통신, 로이터통신 등은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 둔화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면서 중동 내 긴장 고조로 인한 국제유가 인상 효과를 상쇄했다고 진단했다.


이날 미국 ISM(공급자관리협회)이 발표한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달(48.5) 보다 낮은 46.8로 4개월 연속 하락세를 그리면서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향후 ISM 제조업 PMI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제조업 신규주문이 전월 49.3에서 47.4로 둔화됐고 고용지수도 49.3에서 43.3으로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미국의 급격한 노동시장 냉각과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졌다.


또한 이날 같이 공개된 미국 주간 신규실업수당청구건수가 지난주(23만5000건) 보다 늘어난 24만9000건을 기록해 1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날 S&P 글로벌에서 발표한 7월 유로존 제조업 PMI도 6월에 이어 45.8을 기록하며 2년 넘게 경기 둔화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선 50 미만에 머물렀다.


중국 차이신에서 발표한 7월 제조업 PMI도 전월(51.8)에서 49.8로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당초 예상치(51.5)를 대폭 밑돌았다.

일본의 지분은행에서 발표한 7월 제조업 PMI도 전월의 50에서 49.1로 경기 둔화 기준선 50 밑으로 내려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2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세계 석유 수요 증가율은 중국의 소비 감소로 인해 2022년 말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2위 석유 소비국인 중국에서 올해 석유 수요 증가율은 3% 미만에 그쳐 지난 10년간 평균 4.6%에 미달할 전망이다.


다만 중동발 위험이 완전히 해소된 점이 아니라는 점에서 향후 이스라엘 대 이란·하마스 분쟁 격화에 따른 에너지 시장의 공급 충격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에너지 시장 전문 컨설팅 회사 FGE는 로이터통신에 “최근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최고위 수장들을 공습으로 제거한 사건으로 인해 현재 진행 중인 이스라엘·하마스 간 휴전회담이 사실상 무산됐고 중동 확전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에 로이터통신은 “에너지 투자자들은 중동의 상황도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면서 “이란의 이스라엘을 향한 보복 공격으로 중동 일대가 전면전 직전 상황까지 가면 석유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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