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달 대(對)중국 추가 반도체 장비 규제를 발표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새로운 규제안은 초안 형태일 뿐이며 변경될 여지는 있으나, 어떤 형태로든 8월에 공개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로운 규정에서 일본과 네덜란드, 한국 등 30개국 이상의 동맹국은 예외로 분류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을 계속 압박하면서도 동맹국을 적대시하지 않으려 한다는 의미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효과적인 수출 통제는 다자간 합의에 달려 있다"며 "국가 안보 목표 달성을 위해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도쿄일렉트론(7.41%)과 어드반테스트(4.45%) 등 반도체 주가가 급등했다.

반면 이스라엘,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가 강화되는 새 규제안의 영향을 받는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국 반도체 장비 규제와 관련해 한국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한 미국산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 유예 방침을 지난해 10월 확정해 관보에 게재했다.

이를 통해 양사는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에서 중국 공장에 대한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로 승인받았다.


VEU는 미국 정부가 사전에 승인된 기업에만 지정된 품목에 대해 수출을 허용하는 일종의 포괄적 허가 방식으로, 미국 기업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수출할 수 있는 반도체 장비 목록을 업데이트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낸드 공장과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D램 공장은 2022년 10월 7일 발표한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규정에서 예외라는 것이 확정됐다.

다만 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등 일부 품목은 여전히 반입을 통제했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미국이 한국, 일본, 네덜란드 등 동맹국이 새 규제안 적용 여부와 무관하게 중국 대상 수출 규제 강화 기조를 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 투자자문사 어시메트릭 어드바이저의 아미르 안바르자데는 "미국이 한국, 일본, 네덜란드에서 만든 장비를 배제한 유일한 이유는 이들 국가가 미국이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들먹이지 않아도 중국에 대한 더 엄격한 수출 정책에 기꺼이 순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예상했다.


새 규제안에는 외국 제품이 미국의 수출 규제를 받는 기준을 낮춰 FDPR의 허점을 메우는 방안도 포함될 예정이다.

예컨대 장비에 미국 기술이 포함된 반도체가 들어 있기만 해도 수출 규제 대상으로 지정될 수 있다.


미국은 또 6개 중국 팹과 더불어 장비 제조업체, 설계 자동화툴(EDA) 소프트웨어 제공 업체 등을 포함한 120개 중국 기업을 교역 제한 대상에 추가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가 실효성이 있는지 반문한다.

미국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규제를 우회해 일부러 성능을 낮춰 설계한 제품(H20)을 수출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이 같은 방식으로 올해에만 중국에 120억달러(약 16조5840억원) 상당의 인공지능(AI) 칩을 판매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은 반발하고 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억제와 탄압은 중국의 발전을 막을 수 없고, 중국의 과학·기술 자립자강 결심과 능력을 키울 뿐"이라며 미국을 비난했다.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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