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다른 나라에 신경쓸 여력 없어”...최악 부정선거 논란에도 침묵하는 美

베네수엘라 대선 부정선거 논란
2020년 벨라루스 대선과 판박이
당시 미국도 자중지란 위기상황

해리스-트럼프 대선경쟁 과열에
바이든 레임덕...“개입 힘들 듯”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대통령 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진압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AP 연합>

‘4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미국은 다른 나라의 민주주의 위기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의 대선 부정선거 논란에 대한 미국 등 서방세계의 개입 여부가 주목받고 있지만 벌써부터 이 같은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8일 치러진 투표 결과에 불복한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반정부 시위가 격화할 경우 대규모 유혈 충돌이 야기될 수 있음에도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과 중재자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국 내 혼탁한 대선판으로 인해 다른 나라의 민주주의를 감독하고 지지할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매체 보도를 보면 베네수엘라 대선 부정선거 논란의 미래를 예측하는 모델로 지난 2020년 ‘벨라루스 대선’ 부정선거 논란이 소환되고 있다.


2020년 8월 벨라루스 대선에서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던 알렉산더 루카센코 대통령은 30대 젊은 여성 야권 지도자인 스테틀라나 티하놉스카야를 누르고 6연임에 성공했다.


그러자 선거 결과에 수긍할 수 없다는 시민들의 민주화 바람이 거셌고, 수개월에 걸쳐 부정선거 반대 시위가 전개됐다.


이 과정에서 루카센코 정부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느낀 티하놉스카야는 리투아니아로 망명했다.

당시 루카센코 정부의 강경 대응에 따른 유혈사태를 염려한 서방세계는 벨라루스 대통령의 사퇴와 대선 재실시를 촉구했으나 사실상 소리 없는 메아리로 끝났다.


압박의 구심점이 돼야 할 미국이 그해 11월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 집중하면서 벨라루스 대선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역으로 선거에서 진 트럼프가 바이든을 상대로 개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대선 불복 움직임을 보이자 루카센코 대통령은 미국의 흔들리는 민주주의를 조롱하는 행태를 보였다.

그는 벨라루스 재선거 실시를 요구한 서방 국가들이 부정 선거 논란에 휘말린 미국 대선판에 대해서는 아무런 비판도 못 한다고 비꼬았다.


루카센코 대통령은 수 개월 진행된 시위를 강경 진압으로 무마하고 야권 정치인들에 대한 사법처리에 나섰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초밀착 행보로 국제사회 비난과 유럽연합(EU) 제재 등을 돌파했다.


그는 내년 8월 치러지는 대선에도 출마 의지를 내비친 상태로, 내년 대선까지 성공하면 7연임(1994~2030년)이라는 대기록을 만들게 된다.


공교롭게도 베네수엘라 대선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미국은 트럼프와 해리스 간 대혼전 양상으로 대선 국면이 가열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선 후보직을 중도 사퇴한 바이든 대통령의 레임덕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임기가 6개월밖에 남지 않은 바이든 대통령은 29일 대통령 면책 제한을 위한 개헌 추진 계획을 발표하는 등 미국 내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안전장치 마련에 여념이 없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자 “대선 결과가 국민의 의지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는 앤서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지금까지 추가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9일 사설에서 베네수엘라 상황에 대해 지금이 민주적 변화를 위한 ‘골든타임’이라며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마두로에게 야당의 승리를 인정하고 국민의 뜻에 복종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앤서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심각한 우려” 정도 항의로는 사태 해결에 충분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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