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지 마세요” 신분증 든 여학생…성추행 폭로 영상 공개에 中 인민대 교수 해고

[사진 = 인민대 홈페이지 갈무리]
중국의 명문대인 인민대 박사과정 여학생이 지도교수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하는 영상을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남교수는 범행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해고됐다.


2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날 자신을 인민대 인문대학에서 공부한 왕디라고 소개한 여학생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59분짜리 영상을 올렸다.

왕디는 학생증을 들어 올려 신분을 인증한 뒤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를 했다.


왕디는 마스크를 쓴 채 영상에 출연해 자신의 지도교수가 물리적·언어적으로 성적인 괴롭힘을 가했다고 고백했다.

왕디는 자신의 지도교수가 전 부학장이자 전 공산당 대표라고 고발하며 성적 접근을 거부하자 무보수로 과도한 업무를 지시하고 박사학위 취득을 막겠다며 협박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왕디는 지도교수가 2022년 5월 사무실로 와 달라고 요청한 문자 메시지와 남성이 강제로 키스하려고 하자 여성이 저항하는 상황이 담긴 음성 파일을 증거로 제시했다.


왕디는 “지금 나는 더는 참을 수 없고 물러설 곳이 없다”며 “그래서 공개적으로 말하고 있다”라고 심경을 전했다.


당시 왕디의 미투 영상에는 200만개가 넘는 공감 표시가 달렸다.

더불어 다수의 누리꾼이 문제 교수의 법적 처벌을 요구하는 댓글을 남겼다.


인민대는 전날 이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태스크포스팀(TF)을 꾸려 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왕디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성명을 올렸다.

인민대의 발표 후 왕디가 SNS에 올린 영상은 사라졌다.


인민대는 “(왕디의 지도교수가) 교직과 교육의 원래 임무를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당의 규율과 학교 규정을 위반한 교수를 해고하고 당국에도 보고해 당적을 박탈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수의 비윤리적 행동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겠다고 약속했다.


AP는 “중국에서는 공개적인 성희롱 고발이 세계적인 미투 운동 직후 반짝 증가했다가 중국 정부에 의해 빠르게 묵살되면서 최근 몇 년간 드물었다”며 “중국공산당은 강력한 사회적 운동을 안정과 자신의 권력에 대한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지난 달 기자가 미투 운동을 벌였다가 국가 권력 전복을 선동한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테니스 스타 펑솨이는 2021년 SNS를 통해 장가오리 전 중국 부총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다가 당국의 검열로 게시물이 삭제되고 대중의 눈에서 사라진 일이 발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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