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3 암살 미수 사건’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찰나의 순간, 운명처럼 고개를 살짝 돌려 목숨을 건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피격 후 뉴욕포스트와 인터뷰하면서 당시 상황을 “초현실적”이라고 표현했는데, 충분히 그럴 만하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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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이틀째 행사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도 총상을 입은 오른쪽 귀에 거즈를 댄 채 등장했다. AFP연합뉴스 |
총알과 사진의 이중적 의미를 담은 ‘당선샷’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몇 초 전 총 맞은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사진을 남겼다.
성조기를 배경으로 피를 흘린 채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그의 모습은 대선 판도를 확 기울게 만들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격 장소에서 약 17㎞ 떨어진 버틀러 메모리얼 병원에서 응급 치료를 받고, 의료진에게 찬사가 쏟아지는 점도 표심을 잡는 좋은 전략이었다.
역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일에는 운(運)만 작용하지 않는 것 같다.
죽을 고비를 넘긴 그는 딴사람이 된 것 같다.
네거티브 일색이던 선거 전략을 수정했다.
트럼프의 선거 연설문은 그간 지지층 중심 선동적 내용이 주였으나 18일 공개될 대선 후보 공식 수락 연설문은 ‘하나의 미국’ ‘통합’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고쳐졌다고 한다.
자녀들은 물론 최측근들도 놀랄 만큼 중대한 정치적 성장이 일어난 것이다.
물론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만큼 더 지켜볼 일이지만 이런 변화들은 중도층 확장에 매우 유리한 전략으로 판단된다.
앞으로 정치 지형은 수세에 몰린 조 바이든 대통령을 더 초조하게 만들 것이다.
그간 우리 언론이나 여론은 미국 대선을 두고 ‘저 큰 나라에 저렇게 인물이 없나’ 한탄하는 반응을 보였는데 우리에게 그럴 자격이 있을까 싶다.
국회에선 거대 야당이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정권 교체를 하겠다는 선전포고로 개원식조차 여야가 함께 열지 못하고 여당 내부에선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이 망할 것처럼 싸워댄다.
거대 야당 대표도 트럼프처럼 정치 테러로 죽을 위기를 넘겼지만 중도층 확장보다 오히려 지지층 중심 당으로 더 함몰되는 중이다.
한국이 한때 배우는 건 참 빠른 나라였는데 유독 정치는 배우는 속도조차 왜 이리 ‘삼류’ 수준인지 답답함이 크다.
김덕식 글로벌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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