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TV Who Is?] "24조 체코 원전 수주" 황주호 한수원 사장의 승부수는?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사진: 연합뉴스)

▲CEO 오늘

한국수력원자력이 총 사업비 24조 원에 달하는 체코의 신규 원전 건설사업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사상 두 번째이자 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의 원전 수출로, 한국 원전산업의 경쟁력을 다시 한 번 입증하며 2030년까지 원전 수출 10기 목표에도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체코 정부는 현지 시간으로 17일 내각회의를 열고 한국수력원자력을 1천메가와트(㎿)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공식 선정했습니다.

팀코리아를 총괄하는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그동안 수차례 체코를 방문해 수주 활동을 벌였습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한수원은 체코 두코바니 5, 6호기 건설을 위해 발주사(EDU II)와 단독으로 협상할 수 있는 지위를 확보했습니다.

체코 정부에 따르면 예상 사업비는 원전 1기 당 2천억 코루나(약 12조 원)로 모두 24조 원 규모입니다.

한수원과의 계약금액은 향후 협상을 거쳐 최종 결정하고 본계약은 내년 3월 체결될 전망입니다.

한수원은 이번 입찰에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한전원자력연료,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과 '팀코리아' 컨소시엄을 이뤄 참가했습니다.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한국은 2009년 UAE 바라카 원전(사업비 20조 원) 이후 15년 만에 원전 수출에 성공하며 우리나라의 원전기술 및 건설 역량을 국제무대에서 재입증했습니다.

특히 중동지역에 이어 원전산업의 중심지 중 하나인 유럽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구축하게 됐습니다.

체코 정부는 인근 테멜린 지역에 원전 2기를 추가로 건설할 경우 이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역시 한수원으로 선정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테멜린 지역의 원전 2기 건설 계약까지 추가로 따내면 총사업비는 40조~50조 원까지 불어날 전망입니다.


▲경영 활동의 평가

△공사기간·예산 경쟁력으로 프랑스 제압해 막판 대역전극

체코의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는 2022년 닻을 올렸습니다.

체코 정부는 원전과 재생에너지 두 축으로 에너지정책을 펼치며 원전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현재 체코는 두코바니에 4기, 테멜린에 2기의 원전을 운영 중인데, 두코바니에 1기를 우선 짓고 두코바니 1기, 테멜린 2기가옵션으로 붙어 있습니다.

체코 원전 수주전은 당초 미국 웨스팅하우스까지 3파전 양상이었으나 체코 정부가 계획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배제되고 한수원과 프랑스 전력공사(EDF)의 2파전이 됐습니다.

황주호 사장은 정확한 입찰가 산정을 위해 2022년 1월부터 경주 한수원 본사에서 워룸(War Room)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입찰안내서가 나오고 수주전이 본격화되면서 워룸을 단계적으로 확대했습니다.

황주호 사장은 팀코리아를 총괄하면서 수차례 체코를 방문해 수주 활동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황 사장은 올해 들어서만 세 번 체코를 방문하고 지난 1월에는 체코 언론 대상 사업현황 설명회를 개최했습니다.

체코 정부와 발주처가 정한 일정에 따라 한수원이 팀코리아를 대표해 4월 29일(현지시간) 최종 입찰서를 제출했습니다.

황 사장은 특히 한국 정부와 한수원 등 팀코리아는 공사 기간과 예산을 준수하는 '온 타임, 위드인 버짓(On Time, Within Budget)'을 최대 경쟁력으로 제시했습니다.

팀 코리아가 가격과 품질, 납기 면에서 모두 프랑스에 비해 앞선다는 점을 부각시켰고, 또 '지역 밀착형' 설득 전략을 함께 펼쳤습니다.

200여개에 이르는 잠재협력사를 발굴하고, 원전이 들어설 두코바니 지역에서 아이스하키팀 후원, 방역물품 지원, 봉사활동 등을 통해 민심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에 두코바니 지역협의회가 지난 6월 팀 코리아 지지를 선언하며 최종 선정에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황 사장은 최종 입찰서를 제출하며 "한국은 국내 및 UAE 신규 원전 사업을 통해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건설 역량을 보여줬다"고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생애

황주호 사장은 1956년 3월22일 부산에서 출생했습니다.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조지아공과대학교 대학원에서 원자핵공학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원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2020년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탈락한 바 있습니다.

한수원 혁신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과 원전안전자문위원장으로 활동하다, 2022년 8월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 임명됐습니다.

한수원이 한전에서 분리된 뒤 첫 교수 출신 사장으로, 업계에서는 사용후핵연료 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학자의 면모와 다르게 다양한 취미를 즐기며, 특히 사이클을 좋아해 대한사이클연맹 부회장을 역임하고 현재도 대한사이클연맹에서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노르딕스키 실력도 선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학 시절에는 영화 제작에 몰두해 서울대 인류학과 75학번인 고교 동창 김홍준(현 한국영상자료원 원장)과 함께 1976~77년에 무성영화 '서울 7000' 등 7편의 단편영화를 제작했습니다.

1980년 활동을 시작한 서울대 동아리 '얄라셩 영화연구회'의 초기 멤버이기도 합니다.

얄라셩 영화연구회는 1979년 서울대 공대 학생들이 주축이 돼 시작된 한국 최초의 대학 영화동아리로 1980년대 대학가 영화운동의 모태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학력/경력/가족

학력 : 1975년 경기고등학교 졸업
1982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졸업
1984년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보건물리학 석사
1986년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원자핵공학 박사

경력 : 1991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2006년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원
2009년 경희대 연구처장 겸 산학협력단장
2010년 제15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원장
2013년 제17대 한국에너지공학회 회장
2014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비상임이사
2014년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대토론회 운영위원장
2014년 한국원자력학회 부회장
2015년 경희대 공과대학장
2015년 한국원자력학회 수석부회장
2016년 경희대 국제캠퍼스 부총장
2016년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2021년 한국수력원자력 원전안전자문위원회 위원장 겸 원전운영분야 위원
2022년 8월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어록

"이겼다고 확신한 순간은 처음부터 끝까지 없었지만, 저들이 우리를 믿기 시작한다고 느낀 순간은 있었다. 체코 산업부 고위직이 오전 6시 반에 설명을 와달라고 했는데, 우리 팀이 5시 반부터 기다리고 있었고, 이에 그쪽에서 '한국 사람들 대단하다'고 느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2024년 7월 18일, 체코 신규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브리핑)


[ 황주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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