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가던 ‘이 지역’ 전쟁특수로 살아났다”…군수공장 24시간 풀가동

소련 붕괴 후 쇠퇴한 우랄 공업지대
우크라戰 장기화에 제조공장 부활
24시간 군수산업 가동…근로자 월급 3배 뛰기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2월 러시아 니즈니 타길에 있는 우랄바곤자보드 군수 공장을 방문해 탱크 등 전쟁 물자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AP연합]

구소련 붕괴 이후 쇠락했던 러시아판 ‘러스트벨트’인 우랄 산업단지 일대가 우크라전쟁 장기화에 ‘전쟁특수’로 호황을 겪고 있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 우랄 중부 공업지대에 위치한 추바시아 공화국 등 제조업 단지에서 옛 소련 공장들이 군수물자 생산기지로 부활하면서 24시간 전면 가동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러시아의 지역 산업 생산량은 지난해 말 전년대비 60% 가까이 늘었고 추바시아의 경우 러시아 지역 중에서도 산업 생산량이 두 번째로 빠르게 성장했다.

추바시아 지방 당국에서 자체 집계한 공장 생산량은 지난해 전년 대비 27% 늘었고 전쟁 전 7곳에 그쳤던 군수공장은 전쟁 시작 후 6개월여 만에 36곳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러시아의 ‘전쟁 특수’로 인한 경제적 혜택은 쇠락한 우랄 공업단지 내 근로자들에게도 소득과 일자리가 증가하는 형태로 긍정적 효과를 미치고 있다.

러시아에선 약 250만명이 군수산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더 많은 근로자들이 섬유 산업 등 전쟁 특수로 생산활동이 활발해진 연관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추바시아의 한 금속 제조 공장에서 일하는 37세 러시아인 안톤은 FT에 “전쟁으로 친척을 포함한 사람들이 죽어가는 한편 제조업이 부활하며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러시아 역사상 ‘노동자 계급’이 이렇게 많은 것을 벌어들인 시기가 있었던가”라고 반문했다.


안톤이 근무하던 금속 제조 공장은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약 6개월 뒤부터 본격적으로 폭증하기 시작했고 근로자 급여도 올해까지 3배로 늘었다.

안톤의 월급도 전쟁 전 약 4만루블에서 오늘날 12만루블로 올랐다.

추바시아 평균 월급도 지난해 12월 기준 6만8657루블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해 전쟁 전 2배에 육박했다.


가파른 노동자 급여 인상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현지에선 군수산업에서 숙련 노동자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특히 추바시아 실업률은 지난해 8월까지 2.2%로 ‘완전고용’ 수준으로 떨어졌다.


예컨대 추바시아 공화국 수도 체복사리에 있는 한 군수물자 생산공장은 24시간 내내 가동되는 기계설비의 수를 2배로 늘렸고, 5060대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숙련 노동자에게 높은 월급을 제안하며 다시 채용에 나섰다.


이에 따라 당초 대러시아 경제 제재를 통해 러시아 내 전쟁 여론을 바꾸려던 서방 정부의 예상은 크게 빗나가게 됐다고 FT는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러시아 경제는 연간 3%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미국과 대부분 유럽 국가 보다 빠른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세계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를 ‘상위 중간소득’ 국가에서 ‘고소득’ 국가로 승격했다.


다만 전쟁으로 인해 식품가격이 치솟는 등 러시아 물가가 급등하며 근로자 소득 증가의 효과를 일부 상쇄하고 있다.

러시아의 연간 인플레이션은 지난 2022년 전년대비 11.9%에서 지난해 7.4%로 내렸지만, 올해 연말 6.4%로 고물가가 고착화되는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달 2일 러시아 중앙은행은 올해 6월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8.61%에 달하면서 오는 26일 기준금리를 종전 보다 2%포인트 인상한 18%로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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