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채권수익률 상승과 안전자산 선호로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에도 일단 15일 코스피는 0.14% 오른 채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에 외국인 선물 매도 물량이 대거 나오면서 하락했던 증시는 장 마감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상승세로 전환했다.

외국인의 현물 매도 물량은 2000억원대에서 800억원대로 줄어들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부 투자자는 우려하지만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에도 주식시장 성과는 괜찮은 편이었다"면서 "당분간 노이즈가 있을 수 있지만 환율, 채권금리, 증시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월가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가능성 때문에 향후 국채 시장이 발작에 가까운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을 주장하고 있는 점과 함께 앞으로 나올 경제 살리기 공약을 국채 발행 확대로 이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 퍼브스 톨배캐피털 대표는 "올해 남은 기간에 대선 이슈로 크게 출렁일 만한 것은 주식시장이 아니라 채권시장"이라면서 "트럼프가 승리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투자자들이 미리 앞다퉈 미국 국채 매도에 나서면 국채 가격이 급락(수익률 급등)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마르코 패픽 BCA리서치 수석 전략가도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채권 시장이 폭동에 가까운 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채권 투자자들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앞서 2016년 말 미국 채권시장은 '트럼프 발작(Trump tantrum)'을 겪은 바 있다.

당시 공화당 대선 주자로 나선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당선이 확정된 2016년 11월 8일을 전후해 선거 전에 연 1.85%를 오가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같은 해 12월 중순 2.61%까지 오르는 등 한 달여 만에 76bp(1bp=0.01%포인트) 뛴 것이다.


당시 트럼프가 강조한 1조달러 규모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등 대규모 재정 지출 공약이 국채 발행 증가로 이어져 국채 가격을 끌어내릴 것이라는 시장 예상이 작용한 결과였다.


한편 미국 주식 시장과 관련해 닉 페레스 밴티지포인트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사건으로 주식 시장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면서 "과거 사례를 보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도 총격 피살 위기를 겪은 후 지지율이 급등해 재선한 적이 있는바 이번 대선은 트럼프가 압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트럼프 정책에 따라 국내와 미국 증시에서 관련 수혜주들은 변동폭이 컸다.

외국인들이 코스피에 대해 순매도를 하는 와중에 현대로템(511억원), LIG넥스원(172억원), HD현대인프라코어(129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115억원) 등 트럼프 수혜주들은 순매수 상위에 올렸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시절 정보기술(IT) 분야 미국 제조업 건설투자가 2017년부터 2020년 초까지 약 5배 급증했다"면서 "법인세 인하 효과 덕분에 제조업 리쇼어링이 진행됐는데 에너지 공급을 지원하기 위한 원유 시추 및 원전 공급 확대와 인프라 자체에 해당하는 IT, 기계(전력설비 포함) 산업이 수혜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선 그동안 주가가 빠른 속도로 오른 HD현대일렉 등을 비롯해 인프라 관련주인 HD현대인프라코어(9.93%), HD현대건설기계(9.89%)의 주가 상승이 두드러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기를 원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한 지원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는 트럼프의 정책 방향에 따라 방산주와 종전 재건주가 상승했다.


[김제림 기자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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