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차기 구축함 예상 조감도. (HD현대중공업 제공)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건조 사업을 둘러싼 HD현대한화오션의 대결이 점점 과열되고 있다.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은 물론 물밑에서도 치열한 싸움을 펼친다.

문제는 양쪽 모두 논리가 탄탄하다는 점이다.

두 곳 모두 일리 있는 주장을 펼치고 있어 방위사업청, 산업통상자원부 등 유관기관들이 특정 회사 편을 들어주기 힘든 상황이다.

유례없는 갈등에 정부 부처끼리 책임 떠넘기기 양상까지 보이는 모습이다.


KDDX 사업은 배 선체부터 전투 체계, 레이더 등 무장을 국내 기술로 만드는 국산 구축함 사업이다.

6000t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한다.

사업비만 총 7조8000억원에 달한다.

사업은 총 개념설계 → 기본설계 →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 후속함 건조 순으로 이뤄진다.

개념설계는 2012년 당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수주했고, 기본설계는 2020년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이 수주했다.


초창기 방산당국은 방위사업관리규정 89조 2항을 근거로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현대중공업과의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려 했다.

일반적으로 해당 법령과 관행에 따라 기본설계를 담당한 회사가 상세설계, 선도함 건조까지 맡는다.


그러나 곧 문제가 생겼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군사 기밀 탈취, 유포 혐의로 유죄를 받은 것이다.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군사 기밀 탐지·수집, 누설로 인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11월 유죄가 최종 확정됐다.

모두 징역 1~2년, 집행유예 2~3년을 선고받았다.


유죄 판정에도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의 입찰참가자격을 유지했다.

청렴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불법 개입이 확인되지 않아서다.

이에 한화오션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올 3월 4일 HD현대중공업 임원을 군사기밀보호법(군기법)위반으로 고발했다.

현재 해당 사항에 대해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양 사의 갈등이 심각해지면서 담당 부처 고민도 커져 가는 모양새다.

양측 모두 첨예한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한화오션의 주장대로, 군기법 위반한 회사에 책임을 묻지 않고 수의계약을 바로 진행하는 것은 무리다.

한화오션 입장에서는 충분히 경쟁입찰을 주장할 만하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의 주장도 무시하기 힘들다.

방사청 출범 후 상세설계 관련 경쟁입찰 전례가 없다.

또 기본설계를 맡지 않은 업체가 상세설계를 맡으면 사업을 파악해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더 걸리고 지연된다.

다만 한화오션 측은 해당 예측에 대해 “정부 소유물인 기본설계 결과물이 사업 수행자에 제공되면 이후 상세설계 사업 수행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는 HD현대중공업의 방산업체 지정 취소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해군 군함 건조의 핵심 역할을 맡아온 회사다.

방산업체 지정을 취소하면 그동안 진행했던 함정 체계 사업이 모두 무너진다.

어느 한편을 들어줘도 파장은 피할 수 없다.


담당 부처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2024년 4월 산업부는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이 KDDX 방산업체를 동시에 신청함에 따라 이에 관련한 의견을 방사청에 요청했다.

5월 방사청은 추가 검토 후 방산업체 지정 의견을 회신하겠다고 답변했다.

답이 없자, 산업부는 6월, 방사청에 지정 관련 의견 회신을 재요청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사실 산업부는 그동안 방산업체 지정 과정에서 방위사업청 의견을 반영해 업체를 정해왔다.

결정에 깊이 관여하지는 않았다.

사실상 방사청의 뜻이 중요했다.

이번 KDDX 사업에서만 산업부와 계속해서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책임을 홀로 지는 것을 피하려는 행위로 보인다”고 전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