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입법을 추진했지만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주요 금융정책 법안들이 22대 국회 시작 후 잇달아 발의되고 있다.


특기할 만한 점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선제적으로 발의에 나섰다는 점이다.

지난 국회에서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했던 법안이지만 이번엔 민주당에서 먼저 제출한 것도 있다.

정부 정책을 이끌어야 할 여당이 머뭇거리는 사이에 야당이 금융정책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예금보험공사에 예금보험기금과 별도로 금융안정계정을 설치하는 내용의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금융안정계정이란 예보 내 기금을 활용해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금융사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지난 국회에서 김희곤 전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했고, 금융위원회와 예보가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했지만 금융안정계정의 자금지원 발동결정 주체를 놓고 여야 간 막판 합의 실패로 폐기됐다.

김현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예보가 아닌 금융위가 자금지원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점이 과거 법안과 차이가 있다.


정부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수행할 정책금융기관인 KDB산업은행의 자본금 확충 필요성은 민주당에서 먼저 치고 나갔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산업은행의 수권자본금(증자할 수 있는 최대 자본금)을 현행 30조원에서 40조원으로 확대하는 산업은행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금융위가 핵심 추진 법안에 산업은행의 수권자본금을 50조원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았지만 아직 여당에선 관련 법안 발의가 나오지 않고 있다.


가상자산사업자의 신고 심사를 강화하는 법안도 민주당에서 나왔다.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가상자산 관련 사기·횡령·배임 등 형법 및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범죄를 저지른 가상자산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는 내용이다.

21대 국회에선 윤창현 전 국민의힘 의원이 유사한 취지의 법안을 내놓았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당 쪽에서는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다음달 일몰되는 예금보험료율 한도와 관련해 2027년 말까지 기한을 연장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현행 예금보험료율은 은행 0.08%, 금융투자·보험 0.15%, 저축은행 0.4%다.


만약 일몰되면 1998년 이전 적용하던 업권별 요율로 낮아져 예금보험 수입이 7000억~8000억원 줄어든다.

이에 질세라 이강일 민주당 의원은 예금보험료율 한도 적용 기한을 여당안보다 2년 더 연장하는 예보법을 접수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도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는 내용을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주도하면 향후 법 통과 가능성이 높아진 점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일부 쟁점 사안에 대해 정부·여당안도 마련돼야 법안 처리 과정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종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