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널드 챈 차트웰 CIO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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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널드 챈 차트웰 CIO |
“홍콩에서 가족 신탁은 영구적으로 유효합니다.
각각 100년, 125년 후 만료되는 싱가포르, 영국과 대비됩니다.
”
글로벌 패밀리오피스 업계의 핵심 기업이자, 투자의 귀재인 마크 모비우스가 고문으로 있는 ‘차트웰캐피털’의 로널드 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홍콩이 기업 가문의 허브로 떠오른 비결을 두고 이같이 밝혔다.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유력 가문이 생전 자산관리나 사후 상속집행을 신탁회사에 맡기는 것이 일반화돼있다.
챈 CIO는 “홍콩은 싱가포르와 더불어 소득세, 금융거래세 등을 면해주며 패밀리오피스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며 “핵심은 글로벌 스탠더드(표준)를 충실히 따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트웰캐피털은 주요 연기금, 자선재단, 패밀리오피스 등 기관투자자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홍콩 투자전문회사다.
챈 CIO는 2007년 이 회사를 설립한 후 현재 회사의 투자 전략을 이끌고 있다.
홍콩 금융서비스개발위원회 이사, 홍콩 증권선물위원회 상장위원회·공공주주그룹위원회 위원 등으로도 활동하며 ‘슈퍼리치 대부’로도 불린다.
그는 “홍콩, 싱가포르에는 의료에 특화된 의료 법인, 자선기부에 특화된 자선기부 법인, 투자에 집중하는 투자전문 법인 등이 세분화돼 있다”며 “각자가 잘하는 분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든 게 패밀리오피스 성장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차트웰캐피털이 지난해 싱글패밀리오피스(SFO)를 연합해 ‘차트웰패밀리파트너스’를 설립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챈 CIO는 “SFO는 고유한 이점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며 “교육, 의료 등 가문별 모범사례를 공유하며 서로의 관점과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챈 CIO는 패밀리오피스를 단순 자산관리(WM) 사업의 프라이빗뱅킹(PB)과는 구별된다고 단언했다.
그는 “패밀리오피스는 전통적인 은행업에 너무 많은 규제가 있어 이를 도전적으로 우회하고자 하는 사업으로 부상했다”면서도 “패밀리오피스는 자산배분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의 복지와 부의 승계, 올바른 지배구조 확립 등을 모두 포함한다”고 짚었다.
국가 간 패밀리오피스 유치 경쟁 역시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고 역설했다.
그는 “균형 잡힌 패밀리오피스라면 중국과 동북아시아를 탐색하는 데 도움이 되는 홍콩과 동남아시아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싱가포르 모두를 선택해야 한다”며 “한국의 법률도 홍콩, 싱가포르와 함께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수용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치 자유무역협정처럼 국경을 넘나드는 자산관리를 위한 합작 투자나 세제 교차 홍보가 상호 간 더 많은 거래 흐름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챈 CIO는 현재 고금리 상황으로 보수적인 시장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이 더 많은 채권을 사거나 은행에 정기 예금을 하고 있다”며 “주식 시장은 선택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주식은 너무 비싼지 살펴봐야 하며 홍콩이나 중국 주식에서 가치를 찾을 수 있다”며 “공격적인 투자자들은 사모사채 시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근 기업 가문들은 상장사와 함께 식품 제조, 요식업,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의료 등에 분야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 밖에 암호화폐, 로봇, 인공지능(AI) 투자도 고려하는 분위기다.
특히 자산배분 비중에는 상속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는 조언이다.
챈 CIO는 “흔히 30대에는 공격적으로 주식 70%, 채권 30%, 70대가 되면 반대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면서도 “다음 세대에 자금을 물려주기 위해 위험자산을 늘리는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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