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토 정상회의 ◆
오는 9~11일(현지시간) 75주년을 기념하는 정상회의를 앞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지난 2월 스웨덴이 32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외연은 넓어졌지만 회원국 내·외부 정치 환경이 나토의 안정까지 위협하고 있어서다.
미국과 서방의 가장 크고 강력한 동맹 중 하나인 나토가 흔들리는 가운데 이번 워싱턴 회의가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지난달 미국 대선 TV토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완패하며 오는 11월 치러지는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유럽 선거에서도 극우
진영이 약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지하는 나토의 계획에 불만이 가득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이웨이'를 외치는 유럽 극우 열풍에 나토의 앞길은 어느 때보다 불확실하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정상회의에서 다뤄질 가장 시급한 과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라고 밝혔다.
나토는 정치 환경 변화에도 우크라이나 지원을 공고히 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우선 회원국들이 연간 400억유로(약 60조원) 수준의 군사 지원을 유지하겠다는 '서약'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 주도 비공식 협의체인 '우크라이나국방연락그룹(UDCG)'의 실무 작업 일부를 나토가 넘겨받는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회원국들의 방공체계·탄약 추가 제공을 비롯해 양자 간 안보협정 체결도 추가로 발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나토는 우크라이나군 훈련과 군사장비 공급을 관리하는 군수사령부를 독일 비스바덴에 설립하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나토 주둔지를 설치해 민간 고위급 주재관도 파견할 계획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에 의존하던 우크라이나 지원체계를 나토 중심으로 옮기려는 조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신설되는 군수사령부는 32개 회원국에서 인력 700명을 모집해 구성하며 미군이 주로 수행해온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무기·훈련 지원 역할을 인계받는다.
해당 조치가 시행되면 미국이 향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줄이거나 완전히 중단하더라도 나토를 통한 구호가 가능해진다.
AP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 복귀와 독일·프랑스의 극우 돌풍 등을 언급하면서 "나토는 주요 회원국 다수가 (국내) 선거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단결과 결의를 새롭게 보여주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이보 달더 전 나토 주재 미국대사는 WSJ에 "향후 미국 정부가 군사지원을 줄인다고 해도 나토의 지원 방안이 완전히 제거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부정적이었고 재임 중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했다.
게다가 유럽의회와 프랑스 총선에서 극우 세력이 선풍적으로 인기몰이를 하면서 나토의 지지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예로 친러 성향인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주도로 창립된 유럽의회 새 정치동맹 '유럽을 위한 애국자(Patriots for Europe)'가 정치그룹(교섭단체) 출범 요건을 갖추게 됐다고 AFP통신이 6일 전했다.
'유럽을 위한 애국자'는 헝가리 민족주의 성향 피데스(Fidesz)당을 이끄는 오르반 총리가 지난달 30일 극우 성향인 오스트리아 자유당(FPO), 체코 긍정당(ANO)과 함께 만든 신생 정치동맹이다.
프랑스 조기 총선에서는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는 지난달 BBC방송 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과 나토의 확장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총선에서 1석도 확보하지 못했던 영국개혁당은 이번 총선에서 5석을 얻으며 처음으로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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