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에서 신규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는 사람 중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비중이 연초 10명 중 4명 수준에서 지난달 7명으로 급증했다.

금융당국이 금리 변동에 따른 차주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시중은행에 금리를 5년 단위로 고정하는 주기형 도입을 적극 권장하라고 지침을 내렸고, 시중은행들도 이에 맞춰 상품을 내놓은 결과로 풀이된다.

변동금리형에 비해 고정금리형의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과 2월부터 강화된 대출 규제인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돼 고정금리형을 선택해야 대출한도를 더 받은 수 있는 점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주담대를 받은 고객들의 금리 유형을 분석한 결과, 올해 1월 41.6%에 불과했던 고정금리 비중이 지난달에는 73.7%까지 올랐다.


과거엔 6개월 혹은 1년 단위로 금리가 바뀌는 변동형이나 5년 고정 후 6개월 단위로 금리가 바뀌는 혼합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는 5년 단위로 금리가 고정되는 주기형이 대세가 된 것이다.


작년 정부는 올해 스트레스 DSR을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통상 차주의 금리 위험은 높으나 금리 수준은 낮은 변동금리 대출이 혼합형·고정금리 대출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호되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24.7%로 94.9%인 영국이나 99.2%인 프랑스, 88.4%인 독일에 비해 극히 낮은 편이었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입장에 은행권도 변동형과 고정형 금리를 섞은 혼합형 위주로 취급하던 기존 대출 방식을 변경하기 시작했다.

주기형 대출상품이 없었던 하나은행은 올해 2월 말부터, NH농협은행은 4월 말부터 주기형 상품을 내놨다.


은행들이 주기형 상품을 적극적으로 출시하고 금리까지 가장 낮게 책정하면서 주기형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었다.

2일 기준 5대 시중은행에서 주담대를 신규로 받는 사람이 고정금리인 주기형을 선택할 경우 금리는 2.94~5.76%인 반면, 변동금리를 선택하면 3.67~6.62%로 더 높다.


시중은행에 대해 지난 2월 스트레스 DSR이 시행돼 주기형을 비롯한 고정형을 선택했을 때 대출한도가 많이 나오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9월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되면 고정형과 변동형의 대출한도 차이는 더 벌어진다.

오는 9월 소득 1억원인 차주가 시중은행에서 '30년 만기 분할상환' 조건으로 주담대를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주기형을 선택하면 6억4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지만, 혼합형은 6억2000만원, 변동금리는 6억원까지만 가능하다.

2025년 규제가 더욱 강화돼 스트레스 금리를 100% 적용할 경우 이 차주가 변동금리를 선택하면 5억6000만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지만, 주기형을 선택하면 6억2000만원까지 대출이 나온다.


최근 정부가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을 갑작스럽게 7월에서 9월로 미루면서 그전에 미리 대출을 받아두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KB국민은행이 3일부터 주담대 혼합·변동금리를 0.13%포인트씩 올린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변동대출 금리 인상을 검토하면서 향후 주기형 주담대에 대한 선호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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