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은 개나 줘라”...보수진영 불매 운동에 美 트랙터 서플라이 뭇매

성소수자 지지·백신 독려 등 비판에
3주 만에 다양성 정책 전격 폐기

지난달 6일(현지시간) 헐리우드 감독 출신 보수 운동가 로비 스타벅이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트랙터 서플라이의 DEI 정책을 저격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사진=로비 스타벅 엑스 계정 캡쳐>

미국 최대 전원 생활용품 체인점인 트랙터 서플라이가 보수주의자들의 여론 공격으로 인해 DEI(다양성·평등·포용성) 정책을 전격 폐기했다.

트랙터 서플라이는 동물사료, 작업 장비 등을 판매하는 체인점으로 고객층 대부분이 보수 색채가 짙은 시골 지역의 남성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초 헐리우드 감독 출신 보수 운동가 로비 스타벅은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트랙터 서플라이에 대해 폭로할 시간”이라며 이 회사 사무실에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 있다는 것 등을 알리며 불매운동을 제안했다.


트랙터 서플라이의 최고경영자(CEO) 할 로튼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결국 트랙터 서플라이는 3주 만에 DEI 정책을 전격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고용에 있어서 성별·인종별 다양성을 고려하는 정책과 탄소 배출 목표 등 친환경 정책, 진보 정책 등이 모두 백지화됐다.


트랙터 서플라이의 이 같은 다급한 결정은 미국 내에서 다양성과 포용성 원칙에 대한 기조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준다고 WSJ는 전했다.


DEI는 4년 전까지만 해도 필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으나 최근 보수주의자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다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DEI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브릿지파트너스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원 250명 이상을 둔 미국 기업 400곳 가운데 73%가 DEI 정책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반면 DEI 정책을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힌 기업은 2%에 불과했다.


뉴욕대 로스쿨 산하 멜처 다양성·포용성·소속감 연구 센터의 데이비드 글래스고 선임 연구원은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DEI를 고수하고 있는 것은 소셜미디어 상의 보수주의자들이 아니라 진보적인 소비자와 학계의 의견을 반영하기 때문”이라며 “트랙터 서플라이의 결정은 미국의 두 단면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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