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경쟁 염두 “대국이 소국 복종 거부”
美·유럽 주도 대중 견제정책에도 반대 목소리
서방 견제 위해 ‘글로벌 사우스’ 협력 강화
연구개발센터 신설하고 장학금·직업훈련 제공
시진핑, 내달 SCO정상회의서 푸틴과 재회

지난 2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평화공존 5원칙 발표 70주년 기념대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설하고 있다.

[사진=신화연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의 기본 외교정책 수립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서방의 대중 견제에 대한 반대 메시지와 함께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사우스’ 개발도상국과 협력을 강화한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28일 베이딩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평화공존 5원칙 발표 70주년 기념대회’에서 시 주석은 미·중 패권경쟁을 염두에 둔 듯 “우리는 평화 공존 5대 원칙에 따라 대국이 소국을 복종시키고, 강대국이 약소국을 괴롭히고, 부유한 나라가 가난한 나라를 착취하는 것을 거부한다”며 “각국은 서로의 핵심 이익과 독립적으로 선택한 발전경로와 제도에 대한 존중을 보여야 한다”고 연설했다.


중국 외교정책의 기본 방침으로 알려진 평화공존 5원칙은 지난 1954년 중국과 인도가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당시 저우언라이 총리가 자와할랄 네루 인도 총리와 회담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을 통해 수립됐다.

5원칙은 △영토 보전과 상호 주권 존중 △상호불가침 △상호 내정 불간섭△호혜평등 △평화공존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평화공존 5원칙은 이후 1955년 인도네시아 반둥회의 ‘비동맹노선’ 결의사항의 밑거름이 되면서 중국은 평화공존 5원칙을 자국 외교정책의 기본 방침으로 선전해 왔다.


시 주석은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공급망 분리 등 각종 대중 견제 정책에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는 “우리는 불간섭의 황금률을 고수하면서 타국에 자국의 의지를 강요하고, 진영 간 대결을 조장하고, 소그룹을 만들고, 어느 한쪽 편을 들도록 강요하는 행위에 함께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중 포위망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중국은 개도국 중심의 ‘글로벌 사우스’와 협력 강화에도 나선다.


이날 시 주석은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와 협력을 지원하기 위한 글로벌 사우스 연구소를 설립하고 향후 5년간 1000명에게 장학금을 제공하고 10만명에게 직업훈련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 개발 이니셔티브 등에 1000만달러를 기부하면서 더 많은 개도국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시 주석의 이번 연설을 ‘시진핑 사상’을 대외정책 영역으로 확장하는 계기로 삼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시 주석은 2014년 6월 평화공존 5원칙 발표 60주년을 맞아 △주권평등 △공동안전 △공동발전 △공동이익 △포용 △공평정의 등으로 이뤄진 ‘신(新) 6대원칙’을 발표한 데 이어 2018년에는 자신이 구상한 ‘인류 운명공동체’ 대외관계론을 중국 헌법에까지 포함시켰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인류 운명공동체 건설 이념과 평화공존 5원칙은 일맥상통하다”며 마오쩌둥 시대 중국의 기본 외교 원칙과 자신의 이념을 같은 선상에 놓았다.


한편, 시 주석은 내달 2~6일 카자흐스탄에서 개최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통해 지난달 16일 베이징 중·러 정상회담 한 달 만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다시 만난다.


30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2~6일 아스타나에서 열리는 SCO 회원국 정상 이사회 제24차 회의에 참석차 카자흐스탄과 타지키스탄 양국을 국빈방문할 예정이다.


중국과 러시아 주도로 2001년 6월 출범한 다자· 정치·경제·안보 협력기구 SCO는 인도, 이란, 카자흐스탄, 우크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파키스탄 등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19일 새벽 24년 만에 북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사실상 자동 군사 개입 등이 포함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북·러 조약’에 대한 공식 논평을 거부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번 중러 정상 회동에선 우크라이나 전쟁뿐 아니라 북·러 협력 문제와 한반도 정세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또한 지난달 중러 정상회담에서 거론된 ‘새로운 안보 프레임’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윤곽도 이번 SCO 중러 회동을 계기로 드러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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