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테가 베네타는 왜 인간의 ‘움직임’과 ‘이동’에 주목했나

이태리 베네치아의 이동성과 개방성에서 영감
21년 크리에이티브 ‘마티유 블라지’ 합류 이후
‘움직임’과 ‘이동’에 관한 지속적 고찰 이어져

여행·출장 등 일상의 모든 움직임에서
평범함에서 특별함으로 가는 내적 이동까지
옷과 가방, 악세사리를 착용하는 것으로 표현

보테가 베네타 24 겨울 쇼 피날레 모습

이탈리안 럭셔리 패션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의 스토리는 비첸차(Vicenza) 지역에 뿌리를 두고 전 세계로 뻗어간다.

1966년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Veneto) 주의 비첸차 도시의 장인들이 제혁과 가죽공예의 오랜 전통을 바탕으로 설립한 보테가 베네타는 ‘베네치아 장인들의 공방(Bottega: 이탈리아 전통 공방)’이라는 뜻이다.

베네토 지역의 주도인 베네치아는 수 세기 동안 유럽, 북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 지역 간의 문화 교류와 무역의 중심지였으며, 상인들과 상품들이 이동하면서 공예 기법과 다양한 아이디어 및 모티프가 이 도시를 거쳐 흘러갔다.

보테가 베네타의 문화적 역사 기반은 베네치아에 있으며, 베네치아 석호의 바다, 팔라디오 건축(Palladian architecture) 양식, 부라노(Burano) 섬의 색채, 그리고 무라노 글라스와 같은 문화적인 요소에 영감을 받고 있다.

도시 간의 교류와 만남뿐 아니라 전 세계를 향한 베네치아의 개방성과 이동성은 하우스 영감의 또 다른 원천 중 하나다.

보테가 베네타는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죽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으로부터 시작된 브랜드인 만큼 가방 제작에 특화되어 있다.

하우스의 초창기 가방 디자인에서는 부드러운 가죽의 유연한 형태를 볼 수 있는데, 이동 중에도 착용자의 몸에 쉽게 밀착되도록 제작된 것이다.

이처럼 하우스의 디자인 헤리티지 중심에는 ‘움직임(Movement)’과 ‘이동(Going Places)’에 대한 본질적인 가치를 반영한 헌신이 담겨 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의 특별한 세 번의 여정

2021년 보테가 베네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한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는 초창기부터 ‘움직임’과 ‘이동’이라는 개념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는 데뷔 시즌이었던 22 겨울 컬렉션부터 23 겨울 컬렉션에 이르기까지 3부작에 걸쳐 ‘이탈리아’에 대한 헌사를 담아낸 여정을 통해 역동적인 실루엣의 진화를 표현했다.

또 보테가 베네타의 하우스 코드를 재해석한 ‘움직임’, 그리고 가죽에 프린트된 데님과 같은 트롱프뢰유(trompe l’oeil) 기법의 제품으로 착시와 현실 간의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보테가 베네타 23 겨울 쇼 장에서 선보였던 고대 로마 시대의 청동 조각상 ‘러너(Runner)’

23 겨울 쇼장에서는 클래식한 고대 로마 시대의 청동 조각상인 ‘러너 (Runner)’뿐 아니라 화가이자 조각가인 움베르토 보치오니의 조각인 ‘공간 속에서의 연속적인 단일 형태들(Unique Forms of Continuity in Space)’에서 영감을 받았다.

고대와 현대 이탈리아의 조각 작품을 통해 어떻게 컬렉션 속 실루엣의 움직임이 진화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부각한 것이다.

24 여름 컬렉션에서는 여행이라는 주제를 은유적으로 선보이며 ‘이동’의 개념에 새로우면서도 세계적인 관점을 더했다.

이 컬렉션은 인간과 자연에서 영감 받은 역동적인 세계를, 장인정신을 담은 ‘크래프트 인 모션(Craft in Motion)’을 통해 선보였으며, 때로는 그 세계가 상상 속 공간까지 확장됐다.

보테가 베네타 24 여름 쇼 장

마침내 내면으로 옮겨간 고찰, 재생과 희망을 노래하다

보테가 베네타에서의 ‘이동’이라는 개념은 여행하거나 출장을 갈 때, 또는 도시를 돌아다닐 때 보테가 베네타의 옷과 액세서리를 착용하는 것이다.

사무실에 출근하거나, 저녁에 외출하거나, 혹은 주말에 산책할 때와 같은 우리의 일상을 빛내 줄 실용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실루엣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커팅으로 보여주는 디자인과 재료에서 느껴지는 질감만은 절대 평범하지 않다.

보테가 베네타 24 겨울 컬렉션

보테가 베네타 24 겨울 컬렉션

또한 ‘이동’이라는 개념을 통해 물리적인 이동을 넘어 평범함에서 특별함으로 나아가고 있는 내적인 움직임의 세계를 표현했다.

옷을 착용하는 행위로서 자신이 원하는 누구든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상상을 하거나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찾는 내적인 여정의 즐거움을 선사한 것이다.

지난 2월에 선보였던 24 겨울 컬렉션은 마티유 블라지에게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었음을 보여줬다.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Calabria)의 불타버린 메마른 황무지에서부터 자라나는 선인장과 같은 ‘새로운 재생(regeneration)의 과정’이다.

밤이 되면 찾아오는 황량한 풍경의 빛, 에너지 그리고 색감에서 영감을 받아 마티유 블라지가 디자인한 쇼장에서는 무라노섬의 수공예품인 대형 글라스로 완성된 꽃이 피는 선인장이 등장했다.

선인장은 강인함, 보호 그리고 적응력을 상징한다.

그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아름답게 피어나는 선인장의 꽃에서 희망과 회복의 에너지를 발견했다.

보테가 베네타 24 겨울 쇼 장과 무라노섬 수공예품인 대형 글라스로 만든 선인장 장식

24 겨울 컬렉션에서 선보인 다양한 백들

마티유 블라지는 미래를 위한 새로운 시작은 결국 과거에 본질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재구성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봤다.

과거에 얽매인 사람은 어디론가 훌쩍 떠날 수 없다.

훌훌 털어내야만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고 또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곧 인간의 재생이자 회복이며,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된다.

올해도 보테가 베네타와 마티유 블라지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움직임(Movement)’과 ‘이동(Going Places)’이라는 내러티브를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다.

그가 보여줄 보테가 베네타의 진화를 주목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