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 임원들 식사 자리에서
카드 게임 ‘관단’ 하는 게 대유
게임 지면 계약 못하는 경우 생기자
술 아예 안 마시는 경우 늘어나면서
마오타이주 소비량도 덩달아 급감

한 중국 박람회의 구이저우마오타이 부스. 신화 연합뉴스
위스키, 코냑과 함께 세계 3대 명주로 꼽히는 중국 마오타이주를 제조하는 구이저우마오타이의 최근 주가 하락은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 사이에서 유행하는 카드 게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상하이 종합지수에서 지난 2022년 디지털 대기업인 텐센트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 차지한 뒤 그 자리를 고수해온 구이저우마오타이는 최근 주가 부진에 중국공상은행에 시총 1위 자리를 내주면서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이저우마오타이의 시총이 급감한 주요 이유는 지난 2020년 중국 국영 CCTV에서 마오타이주가 뇌물로 사용된다는 비판이 제기된 이후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펼친 반부패 캠페인이 꼽힌다.


하지만 올해 5월 초 이후 10% 넘게 주가가 하락한 것은 반부패 캠페인과는 큰 상관이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구이저우마오타이는 최근 반부패 혐의로 정부 조사를 받거나 언론의 비판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구이저우마오타이의 1분기 실적도 양호하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구이저우마오타이의 1분기 매출은 460억위안(약 8조71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가량 늘어났다.

1분기 순이익도 240억위안(약 4조5456억원)으로 같은 기간 16% 증가했다.


최근 구이저우마오타이의 부진은 두 가지 이유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과거 대량으로 마오타이주를 사들였던 부동산 업계 거물들이 최근 부진 때문에 과거보다 훨씬 더 적은 양의 마오타이주를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초 중국 집값이 정점을 찍었을 때 마오타이주의 대표 모델 가격은 한 병 당 3100위안(약 59만원)이었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침체가 닥친 상황에서 가격이 2200위안(약 42만원)까지 떨어진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이코노미스트지는 해석했다.


마오타이주의 소비가 줄어든 또 다른 이유로는 지난해부터 중국 금융계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카드 게임 ‘관단’(摜蛋)이 꼽힌다.

중국에서는 최근 “밥을 먹기 전에 관단을 하지 않으면 밥을 먹지 않은 것과 같고, 밥을 먹은 뒤 관단을 하지 않으면 밥을 거저먹은 것과 같다”는 말이 돌 정도로 관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전 세계 기업들의 임원들이 비즈니스를 위해 골프를 배웠듯이, 중국 기업 임원들은 원활한 비즈니스를 위해 관단을 배우고 있다.

특히 젊은 정보기술(IT) 분야 창업자들은 관단에서 승리하는 것을 계약 체결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경우까지 늘어나고 있다.


관단에서의 승리가 우선순위로 떠오르다 보니 식사 자리에서 마오타이주를 마시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그 결과 마오타이주의 소비량도 급감했다고 이코노미스트지는 분석했다.


이 외에도 마오타이주의 유통망 관리가 허술한 가운데 소비심리가 악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은 늘어나고 있는 것도 마오타이주의 시장가치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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