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규제당국이 구글과 삼성전자 간 인공지능(AI) 협력에 대해 반독점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 등에 구글의 온디바이스용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 나노'가 탑재되는 것과 관련해 독점성 여부를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전날 "특정 삼성 기기에 제미나이 나노를 선탑재한다는 구글과 삼성전자 간 합의의 영향을 잘 파악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베스타게르 수석 부집행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작은 AI 관련 기업들의 소비자 접근 통로를 막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구글과 올해 초 파트너십을 맺고 갤럭시 S24 시리즈에 제미나이 나노와 제미나이 프로를 기본 탑재해왔다.

EU 규제당국의 조사와 제재는 디지털시장법(DMA) 적용 대상인 구글을 겨냥하지만 이로 인해 삼성전자와의 협업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베스타게르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간 파트너십과 관련해서도 추가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베스타게르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이런 파트너십은 한쪽이 다른 일방에 지배적 영향력을 갖는 데 대한 위장인지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면서 MS의 경쟁사들에 MS와 오픈AI의 파트너십이 경쟁을 저해하는지 묻는 질의서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 독점 조항이 경쟁사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며 "EU 규제당국이 이 문제에 대해 제3자 의견을 추가로 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이 같은 움직임이 거대 IT 기업들이 신기술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한 전 세계 규제당국의 불안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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