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일 치러지는 일본 도쿄도지사 선거에 56명이 등록한 가운데 일부 몰지각한 후보 때문에 선거가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방송으로 중계된 정책 발표에서 '벗방'을 하는가 하면, 후보자 게시판을 유흥업소나 자신이 기르는 개 사진을 넣은 포스터로 도배하는 후보도 등장했다.


30일 NHK 등에 따르면 도쿄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우치노 아이리 '가와이 워치 마이 정치 방송' 대표가 지난 27일 출연해 정책 발표를 했다.

NHK는 도지사선거에 출마한 모두에게 정책을 발표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약 6분간 진행된 방송에서 우치노 후보는 정책에 대한 발표 대신 "나는 귀여울 뿐만 아니라 섹시하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고기와 생선이다" "이름은 우치노 아이리다.

외워 달라" 등의 말을 반복했다.

급기야 방송 중간에 자신이 입고 있는 흰색 셔츠와 안경을 벗고 "섹시하지 않냐"며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해당 영상이 나온 뒤 시청자들의 비난이 쇄도했다.

"일본은 끝났다" "저런 말을 수화로 해야 하는 수어통역사가 불쌍하다" "전파 낭비다.

NHK 수신료를 돌려받고 싶다" 등 격한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도쿄도지사 선거는 6월 20일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후보들의 온갖 기행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한 후보는 도쿄 시부야구에 마련된 선거 포스터 게시판에 유흥업소 점포명 등을 기재한 포스터 24장을 도배했다.


이목을 끌기 위해 자신의 사진 대신 유명 레이싱 모델의 사진을 포스터로 사용한 후보도 나왔다.

또 다른 후보는 여성의 알몸을 거의 드러낸 사진을 부착해 경시청에서 경고를 받았다.


가장 많은 24명의 후보를 낸 정당인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은 사람 대신 당수인 다치바나 다카시 대표가 키우는 개 사진이 담긴 포스터를 붙였다.

도쿄 코리아타운과 조선학교 앞 선거 게시판에는 일장기와 함께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란 포스터와 납북 피해자를 돌려보내라는 포스터가 24장씩 붙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후보들의 막장 행동을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포스터의 경우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다른 후보를 비난·비방하는 내용이 아니라면 어떤 주제라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본 선거관리위원회는 입후보에서부터 포스터, 정책 발표까지 공직선거법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본에선 30세 이상 자국민이면 누구나 공탁금 300만엔(약 2600만원)을 내고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지사 선거 공탁금은 1992년 200만엔에서 300만엔으로 인상된 후 줄곧 변하지 않아 공탁금 액수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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