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의 후임 선출을 위한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에서 개혁파 후보가 예상을 깨고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다만 과반 득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서 최종 당선자는 1·2위가 맞대결하는 오는 5일 결선투표에서 가려지게 됐다.


29일(현지시간) 이란 내무부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대선 개표 결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후보(70)가 42.5%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사이드 잘릴리 후보(59)가 38.6%로 2위에 올랐고, 당초 당선이 가장 유력하다고 예측됐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후보(63)는 13.8%의 득표율에 그쳤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 결선 투표에서 개혁파와 보수파의 1대1 대결이 성사됐다.

이란 대선에서 결선 투표는 2005년이 유일했다.


페제시키안 후보는 의사 출신으로 이번 선거에서 출마 자격을 얻은 유일한 온건 개혁파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서방과 관계 개선을 통한 경제 제재 완화, 히잡 단속 합리화 등 개혁적인 공약을 앞세워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그는 1997년 온건 성향의 모하마드 하타미 정부에서 의사 경력을 발판 삼아 보건부 차관으로 발탁되며 정치권에 입문해 2001∼2005년 보건장관을 지냈다.

2008년 총선에서 고향과 가까운 타브리즈 지역구에서 출마해 내리 5선을 했으며 2016년부터 4년간 의회 제1부의장을 지냈다.

이번 선거에 출마할 때 하산 로하니 정부 시절인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타결의 주역인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외무장관이 지원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2위로 결선에 진출한 잘릴리 후보는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측근이자 '충성파'로 평가받는 보수 강경파다.

시아파 이슬람 성지인 마슈하드 출신이라는 배경 때문에 종교계에서도 지지를 받고 있다.

이슬람·정치학 박사로 시아파 이슬람 원리주의 교리에 정통하다.


2001년 하메네이의 정책기획수석으로 임명됐고, 2007년 그의 신임 속에서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의장을 맡게 됐다.

SNSC에 몸담는 동안 그는 2007년과 2013년 이란 핵협상 대표로 서방과 상대했다.

당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옹호하며 서방과 대치해 강경파로 인식됐다.

2004년과 2008년 의회 선거에 두 차례 출마해 모두 고배를 마셨지만 꾸준히 대권 후보로 거론돼왔다.

1차 투표에서 보수파 후보 3명으로 분산됐던 보수층 표심이 결집한다면 잘릴리가 유리하겠지만, 투표를 포기했던 진보 성향의 젊은 층이 투표장에 나올 수 있어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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