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흡연자 유치위해 뒷돈”…필립모리스, ‘결과 조작’ 日 과학계 지원, 영국 언론 폭로

궐련형 전자담배 [사진 = 연합뉴스]
글로벌 담배 대기업인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필립모리스)이 과학자들의 연구 활동에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기업 이익을 위해 과학 결과를 조작했다’는 폭로 기사가 영국에서 나왔다.


28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필립모리스(PMJ)는 일본에서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신제품의 일본 시장 출시에 맞춰 비흡연자를 자사 제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제3자 연구기관을 통해 교토대학의 금연 연구에 자금을 지원했다.


이 같은 사실은 영국 바스대학 연구진이 담배 연구와 관련한 여러 논문과 문서를 분석한 내용을 담은 연구결과를 통해 세상에 드러났다.

해당 내용은 영국 옥스퍼드대학 출판부에서 발간하는 니코틴 및 담배 연구 저널(journal Nicotine & Tobacco Research) 최신호에 실렸다.


바스대학 연구진은 필립모리스가 아이코스 판매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일본 학자들의 연구에 은밀하게 자금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또 일본필립모리스는 도쿄대 교수가 운영하는 생명과학컨설팅회사에 매달 한화로 약 3500만 원을 지불해 왔다는 사실도 폭로됐다.

이는 필립모리스와 일본필립모리스에서 유출된 자료를 분석해 확인했다.


가디언의 보도를 보면, 일본필립모리스는 ‘뒷돈’을 지원한 대가로 학술행사에서 필립모리스의 기술과 제품을 홍보해왔다.

한 일본필립모리스 직원은 가디언에 “내부 이메일을 통해 해당 홍보 배경을 비밀로 유지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필립모리스와 일본 과학계 사이의 뒷돈 거래 의혹을 제기한 바스대학의 연구원이자 논문 주요 저자인 소피 브란즈넬 박사는 “편향된 과학과 과학적 메시지는 혼란스러운 정보 환경을 만들어 정책 입안자와 대중에 정보에 입각한 선택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아이코스 등의 제품이 흡연과 관련한 유해성을 줄일 수 있다는 필립모리스의 주장과는 모순되는 증거가 계속 나타나고 있으며, 소비자와 과학자, 언론인, 정책 입안자들은 담배 제품에 대해 회의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27일 공개된 스톱의 문서 [사진 = 홈페이지 갈무리]
글로벌 담배산업 감시기구인 스톱(Stopping Tobacco Organizations and Products, STOP)은 바스대학의 연구결과를 소개하면서 “이는 필립모리스가 흡연자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비흡연자)의 관심을 끄는 방식으로 아이코스 등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면서 “일본필립모리스에서 유출된 자료에는 흡연이 금지된 장소에서 아이코스 사용이 허용되도록 정치인과 의료단체, 일본 소방 및 재해관리청 등을 대상으로 로비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의혹에 필립모리스 측은 “담배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것보다, 우리 회사를 비판하는 데 더 관심이 있는 단체의 또 다른 의심스러운 이야기일 뿐”이라며 일축하고, “심한 규제를 받는 다른 다국적 기업과 마찬가지로, 필립모리스는 소비자와 회사, 지역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해 정기적으로 입장을 공유하려 노력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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