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상품 베낀 것 다 알아”…운용사 돈되는 ‘이것’ 놓고 쟁탈전

유사 ETF 난립에 카피캣 만연
순자산 규모 대비 종목 수 과잉
수수료 경쟁 심화에 적자 회사↑

여의도 전경.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자산운용사들의 외형 성장과 함께 경쟁사간 신경전이 과열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운용사들이 상장지수펀드(ETF)를 경쟁하듯 쏟아내며 과도한 테마형 ETF 난립과 유사 상품 베끼기가 만연해졌고, 수수료 경쟁에 따른 제 살 깎아 먹기 식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전 세계를 놓고 보면 한국 ETF 시장은 순자산 규모에 비해 ETF 종목 수가 지나치게 많은 편이다.

10년 전 172개 수준이었던 ETF 종목수는 이달 들어 875개까지 늘었다.


국내 상장 ETF들의 순자산 규모는 146조원으로 전 세계 시장의 0.84%를 차지하며 1%에도 못 미치지만 종목 수로는 전 세계의 8.1%(868개)가 한국 상품이다.


이는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상품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엔 2차전지, 최근엔 인공지능(AI) 등 한 테마가 대세를 형성하면 카피캣(인기상품을 모방한 제품) 상품이 우후죽순 출시되는 관행에서 이 같은 결과가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과열된 경쟁은 지나친 수수료 인하로 이어졌고, 운용사 수익 건전성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올 1분기 자산운용사 당기순이익은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개선됐지만 적자 비중은 일반사모운용사 중심으로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전체 468개사 중 267개사가 흑자, 201개사가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회사 비율은 42.9%로 지난해보다 4.7%포인트 늘어났다.


금융투자협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공개 석상에서 경쟁사들을 겨냥한 원색적 발언을 내뱉어 논란을 일으킨 사례도 있다.


지난 24일 이준용 미래에셋운용 대표이사 부회장은 초단기 커버드콜 ETF를 소개하는 간담회에서 “요즘 월 분배율을 높이기 위해 언더라인(기초자산)을 ‘TOP7’이나 엔비디아를 추종하는 몇몇 종목 등으로 바스켓을 짜고 나스닥 옵션을 파는 형태의 상품들이 나오고 있다”며 “고객들을 현혹하기는 좋다”고 언급했다.


또 “ETF 시장이 매우 성장했고 활발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데 미래에셋은 라디오 광고를 하는 식으로 껌 팔듯이 장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발언은 경쟁사의 상품과 마케팅 방식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며 운용사 간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단 업계안팎의 우려를 키웠다.


운용사들 간 출혈경쟁이 격화되자 금융투자협회(금투협)는 지난달 상위 운용사 담당 임원을 소집하고 나섰다.

해당 자리에서 금투협은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을 지양하자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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