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선 히잡 쓰지마”…세력 과시하는 ‘이 정당’ 반이민 정서 자극 나섰다

차기 총리 유력후보 바르델라
이슬람 이민자 통제 강화 촉구
‘문화 전쟁’ 법률 제정도 천명

EU정상회의 맞춰 세력 과시

조르당 바르델라 프랑스 국민연합(RN) 대표 [EPA = 연합뉴스]
프랑스의 차기 총리로 유력한 극우 정치인이 자국 내 이슬람 이민사회와의 ‘문화전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오는 30일(현지시간) 조기 총선을 앞두고 프랑스에 팽배한 반(反)이민 정서를 자극해 지지세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조르당 바르델라 프랑스 국민연합(RN) 대표는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슬람 이민사회를 겨냥한 법률 제정 추진 계획을 밝혔다.

해당 법안에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종교 지도자 가운데 극단적인 성향을 보이는 인물을 추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다.

극단적인 지도자가 이끌었던 이슬람 사원 역시 신속하게 폐쇄할 수 있게 된다.


‘이슬람 여성 복장 착용 금지’ 규제도 강화된다.

바르델라 대표는 ‘부르키니’를 언급하며 “다양한 종류의 베일 착용을 금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부르키니는 머리부터 발 끝까지를 가리는 이슬람 여성 수영복이다.


프랑스 공공장소에서 머리와 목을 가리는 히잡 착용까지 금지될 가능성이 있다.

헌법 1조에 정교분리 원칙이 있을 만큼 공적인 영역에서 종교적 색채를 표출하는 행위를 일체 금지하는 프랑스는 2011년 모든 공공장소에서 이슬람 여성 복장 중 가장 보수적인 부르카와 니캅 착용을 금지했고, 부르키니 역시 2022년 금지했다.


‘이슬람 이데올로기’에 반대한다는 당론을 꾸준히 밝혀온 RN은 이슬람 여성 의복을 “(종교에 대한) 명백하고 과시적인 긍정”으로 본다.

바르델라 대표는 FT에 “프랑스 사회에서 베일 사용은 적절하지 않다”며 “법률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에서 전쟁이 수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내에 광범위하게 확산한 반이민정서를 파고드는 전략이다.

이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효과가 입증된 방식이다.

프랑스 내무부가 이달 초 발표한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보면 바르델라 대표가 이끄는 RN의 득표율은 31.37%로, 집권 여당인 르네상스당(14.6%)의 2배 수준이다.

바르델라 대표는 유럽의회 선거 기간 내내 반이민정서에 집중했다.

그는 “이민자들이 프랑스를 망가뜨리고 있다”며 국경 통제 강화, 치안 강화, 테러 강경 대응 등을 내세웠다.


바르델라 대표는 FT와 인터뷰에서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외국인 부모를 둔 아이에 대해서는 시민권을 곧바로 주지 않고 여러 요건을 따져보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지역적 갈등과 기후변화 등으로 엄청난 규모의 이민자가 프랑스에 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프랑스는 ‘반이민 극우 드라이브’가 유독 지지를 받는 분위기다.

과거 프랑스가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적극적으로 이민자들을 포용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국내 노동력 부족 해결과 알제리 등 다수 식민지로부터의 이주 등 사회·경제적 요인과 다문화사회를 지향한다는 정치적 이유로 이민에 관대한 자세를 취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이후 물가가 오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후로 저성장이 굳어지는 등 경제 상황이 악화하자 이민자들에 대해 ‘공짜 복지’ 혜택을 받고 있다는 부정적 인식이 대중들 사이에 퍼졌다.


오는 총선에서 RN이 승리하게 되면 프랑스 내부 분열은 불가피하다.

우선 중도성향의 르네상스당을 이끄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극우 바르델라 총리가 동거를 시작해야 한다.

프랑스 공직사회에서는 벌써 바르델라 대표와 RN을 거부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26일 “250만명에 이르는 프랑스 중앙 공무원들은 물론, 지방정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RN이 구성할 정부의 명령에 따를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임스에 따르면 프랑스 공무원들은 나치 독일로부터 해방된 뒤 1944년에 제정된 법에 따라 ‘명백하게 불법적이고 공익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생각되는 정부의 명령을 거부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공무원들은 1972년 국민전선(NF)으로 시작한 RN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와 협력한 비시 정권의 유산을 이어받았다고 보고 있다.


또 RN이 내세우는 정책에 대해서 공무원들은 반EU 기조가 강하고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공식화할 위험이 있다고 반발했다.

실제 바르델라 대표는 EU 예산에 대한 프랑스의 분담 규모를 매년 20억유로(약 2조9600억원)씩 줄이겠다고 FT에 밝혔다.


프랑스의 현직 주지사는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RN의 정책을 집행할 수 없다”고 밝혔고, 교육기관장과 감독관 등 교육 공무원 2000여명 또한 연명 청원서에서 “그들(RN)을 받아들일 수 없다.

양심과 책임감에 따라 불복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프랑스 내부에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RN이 이끄는 우파 연대는 36%로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좌파 정당 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의 지지율은 28.5%, 여당 르네상스의 연대 세력인 앙상블의 지지율은 21%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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