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순수한 애정 관계“
무조건적인 사랑과 신뢰 때문에
책임감 특별...떠나면 죄책감 커
사별 시 주변 공감 얻기 어렵기도

[사진=로이터연합]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한국보다 반려동물 ‘문화’가 더 일찍 자리 잡은 미국에서는 반려동물 상실에 대한 적절한 대응 방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반려동물과의 이별이 사람과의 이별보다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왜 반려동물 상실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보다 더 아픈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그 이유와 극복 방법을 소개했다.


WP는 논문들을 검토한 결과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과 인간과 사별의 아픔은 정도가 유사한데, 반려동물 상실은 경우에 따라 더욱 복잡하고 그래서 심각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오늘은 뭐 할래? 사랑해”
미국 브루클린에서 골든 리트리버 ‘라미’와 함께 자란 데이비드는 얼마 전 라미를 떠나 보냈다.


그는 라미가 자신과 처음 만난 날부터 떠나는 날까지 ‘놀자’고, ‘사랑한다’고 말한 것만 같다고 회상했다.


반려동물 상실의 슬픔이 큰 이유는 반려동물과의 관계가 ‘가장 순수한 애정 관계’이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인간은 상대를 판단하게 된다.

상대의 결점과 단점이 보이기 시작하며 이는 크고 작은 갈등의 씨앗이 된다.


반려동물과의 관계에서는 다르다.

설령 인간이 반려동물의 단점을 볼 수 있다고 해도 반려동물은 그러지 않는다.

반려동물은 주인의 존재만으로 만족한다.

무조건적인 사랑과 완전한 신뢰를 보낸다.


반려동물이 떠나면 죄책감도 몰려온다.


미국 로드 아일랜드대 임상정신건강상담 교수인 미셸 크로슬리는 “반려동물과의 관계는 특별한 책임감을 불러 일으킨다”며 “그들의 안전과 건강, 즉 살아 있게 하는 일을 우리가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크로슬리 교수는 “반려동물의 죽음은 이 모든 것을 위배했다는 느낌을 준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감당하기 매우 어려운 감정이며 대개 죄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이들이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배경이다.


주변의 위로가 당연하지 않다는 점도 슬픔을 키운다.

인간과 관계 맺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은 많다.

반려동물 상실에 대한 깊은 공감을 바라기가 어려운 환경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은 사람과 사별한 사람보다 외로움을 느낄 여지가 크다.


WP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들이 많이 들었으나 위로가 되지 않았던 말은 “동물이잖아. 새로 하나 키우면 나아질 거야”라는 말이다.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들의 심정은 복잡해진다.

‘그냥 동물이니까, 이렇게나 속상해하면 안 되는 걸까. 이토록 슬픈 나는 비정상인가’ 생각하게 된다.


미 매릴랜드대 컴퓨터 과학 교수이자 인간과 동물 사이 유대감에 대한 연구자이기도 한 제니퍼 골백은 ‘박탈된 슬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박탈된 슬픔은 사회적으로 정당화되지 않고, 따라서 공개적으로 애도되지 않는 슬픔이다.

1980년대 에이즈로 인한 사망이나 극단적 선택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골벡 교수는 “반려동물 상실도 같은 범주에 속할 수 있다”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누군가를 애도할 때 받는 지원 등이 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들에게는 제공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같은 슬픔을 겪은 사람들과의 대화가 우울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대화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온라인 플랫폼 등에서 반려동물을 상실한 경험과 슬픔과 관련된 콘텐츠를 보는 것도 효과가 있다.


또 다른 슬픔 극복 방법으로는 반려동물을 기리기 위한 자신만의 추모나 의식을 진행하는 것이다.


크로슬리 교수는 “반려동물이 쓰던 사료 그릇으로 화분을 만들거나 목줄을 보관하는 행위가 마음을 추스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편지도 좋은 방법이다.

그는 “반려동물에게, 그가 알았으면 하는 모든 것을 표현하라”며 “이 때는 미안한 점보다는 행복했고 건강한 추억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반려동물의 입장이 돼 답장도 써 보라”며 “점차 자신을 용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