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폭로자’ 도피극 14년만에 막내린다...어산지, 호주서 자유의 몸

미국과 형량 합의…호주로 이송
2010년 미군 특급기밀 비위 폭로
기밀정보 무차별 절도·유출 비판도

어산지 석방을 촉구하는 호주 내 캠페인[AFP 연합뉴스]
미국의 국방 기밀문서 수십 만 건을 유출·폭로한 혐의로 기소됐던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안 어산지(52)의 도피극이 막을 내린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어산지가 석방을 조건으로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모국인 호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법무부는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도)’을 통해 어산지 사건을 마무리할 계획을 담은 문건을 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어산지는 미국의 스파이방지법을 위반한 중범죄에 대해 유죄를 시인하는 대신, 호주에서 추가 사법처리를 전혀 받지 않고 자유인이 된다.


미국 검찰은 어산지가 미국 정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에 맞서 법정공방을 벌이며 영국에 수감된 기간을 선고 예정인 5년형을 복역한 것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위키리크스는 이번 합의를 환영하면서 “위키리크스는 정부의 부패와 인권 침해에 대한 획기적인 폭로 기사를 발행해 권력자들의 행동에 책임을 물었다.

줄리안은 편집장으로서 이러한 원칙과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고 밝혔다.


어산지는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도피 생활을 하다가 2019년 영국 경찰에 체포돼 보안 수준이 높은 구치소에 갇혀있었다.


미국 정부와 어산지의 이번 합의는 사이판에 있는 미국 연방법원에서 오는 26일 집행된다.

어산지가 미국 본토에 가는걸 거부하는 데다 사이판이 석방 장소인 호주와 상대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심리 장소가 사이판으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합의대로 재판이 마무리되면 내부고발 신화와 함께 세계적으로 주목 받았던 어산지의 도피 행각도 끝이 난다.


어산지는 미국 육군 정보분석원이었던 첼시 매닝을 설득해 기밀로 취급되는 외교 전문과 국방 정보를 빼돌려 2010년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출된 정보에는 미군 아파치 헬기가 로이터 통신 기자 2명을 비롯한 11명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살해하는 사건 등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자행한 비위가 담겨있었다.


이 같은 폭로는 언론의 자유와 알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전 세계 활동가들의 선풍적인 지지를 받았고 일부는 어산지를 그들의 영웅으로 떠받들었다.

그러나 미국 검찰은 어산지의 행위가 언론의 취재 수준을 넘어 무차별적으로 기밀정보를 훔쳐 폭로하는 국가안보 위협이라고 판단했다.


어산지는 2010년 스웨덴에서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수배된 상황에서 도피 생활을 시작했다.

2012년 범죄인으로 미국에 압송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해 망명에 성공했다.


에콰도르 정부는 2019년 논란 끝에 아산지의 망명을 철회하고 영국 경찰을 대사관에 불러 그를 체포해가도록 했다.

영국 정부가 어산지의 신병을 확보하자 미국 검찰은 그를 스파이방지법 혐의로 기소했다.

미국 정부와 어산지는 영국 법원에서 범죄인 송환을 두고 최근까지 법정공방을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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