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표 주세요 24시간 일할게요, 그런데 섬뜩”...총선 출마한 이 후보, 사람이 아니네?

내달 4일 영국 총선에 출마한 AI 후보 ‘AI 스티브’와 그를 아바타로 내세운 AI 기업 회장 스티브 엔다콧이 지난 17일 지역구인 영국 남부 브라이트 파빌리온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내달 4일 치러지는 영국 총선에 인공지능(AI) 후보가 출마했다.

AI 후보가 당선되면 AI를 아바타로 둔 인간은 AI가 수집한 시민 의견을 바탕으로 의회에서 ‘대신’ 표를 던지겠다고 선거운동을 벌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방안이라는 호평도 있지만, 다른 분야도 아닌 정치에서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행위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 유로뉴스 등 현지 매체들은 영국 총선에 ‘AI 스티브’가 영국 남부의 해안 도시인 브라이튼 앤 호브의 브라이트 파빌리온 선거구에 출마했다고 보도했다.

AI 스티브는 영국의 AI 기업 ‘뉴럴 보이스’의 회장인 스티브 엔다콧 회장이 본인의 외모와 음성을 본 따 만든 아바타다.


AI 스티브는 온라인에서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취합하고 이를 바탕으로 특정 정책에 대한 입장을 정하거나 정책을 수립한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시민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AI 스티브에게 전달할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엔다콧 회장이 움직인다.

AI 스티브가 당선되면, AI 스티브에 모인 민의에 의거해 엔다콧 회장은 의회 표결에만 참여할 방침이다.


엔다콧 회장은 가디언에 “주말도 밤낮도 없이 연중무휴로 시민들로부터 의견을 받아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AI 스티브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시민들은 몇 분만 투자해서 AI 스티브 홈페이지에 들어와 정책 제안에 1~10점까지 점수를 매길 수 있다”며 “50% 이상의 지지를 받은 정책을 채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에서 ‘아바타 후보’는 합법이다.

실제 ‘인간’이 등록 후보 배후에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버킷헤드경이 1987년 이후 네 번이나 총선에 ‘은하계 악당’이라는 캐릭터를 내세워 출마했다.

올해 지방선거에는 빈페이스경이 ‘우주 악당’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다만 AI 아바타는 이전의 풍자적인 ‘캐릭터’와는 다른 성격이라 주목받는다.

먼저 AI 후보가 대의 민주주의 체제에서 직접 민주주의로의 전환을 이끌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엔다콧 회장은 “정치인 개인은 자아를 버리고 실제 유권자가 원하는 일을 해야 한다”며 “그게 민주주의의 전부”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정치에 인간의 판단이 기계적으로 배제되는 데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포퓰리즘이나 극우적 색채가 있는 정책에 쉽게 휘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AI 등 기술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년층 유권자들의 의견은 대변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엔다콧 회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 보수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487표를 얻는 데 그치고 낙선했다.

AI 후보의 선거 출마가 이번이 세계 최초는 아니다.

지난 2018년 일본 도쿄도 타마시(多摩市) 시장 선거에에 마츠다 미치히토 후보가 AI로 출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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