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박정원 회장(왼쪽) / 두산그룹 제공
▲CEO 오늘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만나 에너지 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두산그룹은 전력 생산에서 화석발전 비중이 80%에 달하고, 이 중 30년 이상 된 노후 화력발전소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카자흐스탄과 시설 보수·현대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에너지 협업을 본격화할 방침입니다.

두산그룹은 박정원 회장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토카예프 대통령과 별도 면담을 가졌다고 13일 밝혔습니다.

박정원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국빈 방문 일정에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참여했습니다.

면담에는 카자흐스탄의 알마싸담 삿칼리에브 에너지부 장관, 무라트 누르틀례우 외교부 장관, 누를란 자쿠포브 삼룩카즈나 CEO와 두산에너빌리티 정연인 부회장, 김정관 부사장 등이 배석했습니다.

박정원 회장은 "에너지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과 사업 실적을 보유한 두산은 카자흐스탄이 추진하는 에너지 사업의 최적 파트너"라며 "카자흐스탄 에너지 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토카예프 대통령은 "두산이 건설 중인 투르키스탄 발전소 공사에 특별한 관심을 두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화답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카자흐스탄 국부펀드 삼룩카즈나의 자회사 투르키스탄LLP와 1조1500억 원 규모의 복합화력발전소 건설 공사 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이 발전소는 카자흐스탄 남부 공업지역인 심켄트에 2026년까지 1000메가와트(㎿) 규모로 지어질 예정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015년에도 카라바탄 복합화력발전소를 수주해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카자흐스탄 대통령궁에서 양국 정상 임석하에 삼룩카즈나와 협력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이 협정을 토대로 카자흐스탄 발전 산업 분야에서 힘을 모으고, 인재육성·기술교류 등의 프로그램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같은 날 힐튼아스타나호텔에서 열린 '한국·카자흐스탄 비즈니스포럼'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삼룩에너지·한전KPS와 총 5개 발전소에 대한 환경설비 공급을 추진하는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경영 활동의 평가

△SMR 파운드리로 그룹 위상 되찾는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원전 기자재 사업 수주확대 여력이 커진 상황에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주 성과를 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두산그룹의 경영난과 그룹 침체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원전 사업이 최근 그룹 위상 회복의 효자 노릇을 할 노른자로 거듭나고 있는 것입니다.

두산그룹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탈원전 추세가 강했던 2010년대 들어서 경영난이 심화됐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과거 두산중공업 시절인 2014~2019년 6년 동안 단 한 해도 순이익을 내지 못하고 적자를 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0년 차입금 상환이 어려워졌고, 결국 두산그룹은 채권단 관리체제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두산그룹은 2022년 채권단 관리체제를 졸업하고 경영정상화에 성공하긴 했지만 과거 그룹 위상을 완전히 되찾았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2000년대 이후 사세를 급격히 키우며 한때 재계 자산 순위 10위 내에 들었던 두산그룹은 2023년 기준으로 17위까지 밀려났습니다.

현재 박정원 회장은 '원전 르네상스' 시기를 맞아 그룹 위상을 되찾기 위해 원전 수주전에 직접 뛰어들며 현장 경영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화석연료 감축과 인공지능(AI) 산업 활성화에 따라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대규모 전력 수요를 감당할 전력원으로 세계 각국이 원전을 선택하는 상황.

박정원 회장은 최근 한수원의 체코 원전사업 수주를 지원하는 행사를 직접 주관하고, 현지 업체들을 만나 사업 수주를 전제로 한 기자재 공급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두산그룹 주력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가 오랫동안 공을 들였던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도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협력사인 미국 SMR 개발업체인 뉴스케일파워는 미국 IT인프라기업 스탠더드파워에 24기의 SMR을 공급하기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며, 현재 협의가 거의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도 뉴스케일파워를 통해 원전 주기기 등 기자재 납품을 진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또 다른 미국 SMR 개발업체 엑스에너지와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1년 엑스에너지가 추진하는 고온가스로 방식 SMR 제작 설계에 참여하며 협력을 시작했습니다.

2022년에는 엑스에너지와 지분투자, 핵심 기자재 공급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비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대만 TSMC가 위탁생산을 통해 시장 입지를 키웠듯이, SMR 개발업체들과 협력하며 제작 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것이 박정원 회장의 복안입니다.

현재 두산은 한국수력원자력 등 팀코리아와 함께 체코, 폴란드, 영국, 아랍에미리트(UAE),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스웨덴, 네덜란드 등에서 원전 수주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총 30조 원 규모의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한국과 프랑스가 최종 후보로 올랐는데,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한국이 앞서 수주가 유력한 상황입니다.

체코 정부는 오는 7월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입니다.


▲사건사고

△두산건설의 성남FC 후원 의혹

두산건설은 성남FC에 후원금을 제공한 대가로 두산건설 신사옥 부지에 대한 용도변경 허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성남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두산건설 등 6개 기업에서 160억 원가량의 후원금을 받고 그 대가로 건축 인허가, 토지 용도변경 등과 관련해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입니다.

두산은 10년 넘게 용도변경 신청이 거부된 분당 종합병원 부지가 상업용지로 변경되자 해당 부지에 분당두산타워를 완공했습니다.

이후 두산건설은 성남FC에 후원금 명목으로 모두 42억 원을 줬습니다.

두산은 이 부지를 70억 원가량에 매입했는데 현재 가치는 1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이런 의혹에도 2021년 9월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2022년 2월 경찰에 보완수사를 지시했습니다.

이에 두산건설은 성남FC에 후원금을 제공한 6개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추가 조사를 받았습니다.

경찰은 2022년 5월 성남시청과 두산건설 본사를 압수수색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표는 2022년 6월 입장문을 통해 "성남시는 두산그룹 유치를 통해 3천여 명의 노동자 유입 효과를 기대하고 추가 세원을 발굴했다"며 "오랜 기간 남아있던 부지를 처분했으니 시민에게 이익이 가는 모범행정을 선보인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두산건설은 같은 해 9월 검찰 압수수색도 받았습니다.

이후 두산건설 전 대표 A씨가 뇌물공여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에 관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중앙대의 두산건설 일감 몰아주기

두산그룹이 인수해 운영하는 중앙대학교가 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두산건설에 일감을 몰아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8부는 2018년 9월28일 공정거래법 위반과 배임 혐의로 과거 중앙대학교 총장을 지낸 3명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앞서 교육부는 실태조사를 벌여 일감 몰아주기 사실을 적발하고 전직 총장 3명 등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했습니다.

이들은 10년 동안 모두 2800억 원 규모의 대형공사 5건을 두산건설에 수의계약으로 맡긴 혐의를 받았습니다.

관련 법규상 2억 원 이상의 건설공사는 경쟁입찰을 통해 시공사를 선정해야 합니다.

건설업계에서는 공사비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총액을 미리 산정하고 계약을 맺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중앙대학교는 일단 건물을 짓고 건설사가 비용을 나중에 청구하게 하는 불리한 방식으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5차례 시공으로 두산건설이 받은 공사금액은 최초 산정액보다 300억 원 늘어난 금액으로 알려졌습니다.

중앙대학교는 "두산이 학교를 인수할 당시 학교에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진행된 공사"라며 "공사를 통해 어떤 이득을 본다는 개념이라기보다 신속성과 안전성을 감안해 시공사를 선정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2008~2016년 수의계약건에 대해선 공소시효 만료로 불기소처분을 내렸습니다.

△아들 외국인학교 입학

박정원 회장은 2005년 11살짜리 아들을 '싱가포르 영주권자' 자격으로 경기도 성남시의 모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킨 사실이 2014년 밝혀졌습니다.

박정원 회장은 2004년 두산 상사BG 사장으로 재직할 때 싱가포르 현지법인 등기이사로 등록해 영주권을 받았습니다.

당시 싱가포르 법에 따라 현지법인의 등기이사 가족도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싱가포르에 거주한 적도 없는 아들이 싱가포르 영주권을 얻고 이를 이용해 외국인학교에 입학해 논란을 빚었습니다.


▲생애

박정원 회장은 1962년 3월9일 서울에서 박용곤 전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대일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박정원 회장은 두산산업 뉴욕지사에 사원으로 입사한 뒤 일본 기린맥주를 거쳐 동양맥주 과장으로 두산그룹에 재입사했습니다.

두산그룹의 지주사 격인 두산에서 관리본부총괄 전무, 두산 상사BG 부사장, 두산 상사BG 사장을 지냈습니다.

박정원 회장은 두산건설과 두산의 부회장을 거쳐 두산가의 4세 가운데 최초로 회장에 올랐습니다.

두산의 등기임원으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과 함께 경영을 총괄하다 박용만 회장으로부터 그룹 회장직을 물려받아 두산그룹의 오너4세 경영 시대를 열었습니다.

과묵하고 소탈한 성품으로 알려졌으며, 자타가 공인하는 야구광으로 팀플레이와 인재육성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학력/경력/가족

학력 : 1981년 서울 대일고등학교 졸업
1985년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989년 미국 보스턴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

경력 : 1985년 두산산업 입사
1990년 두산산업 뉴욕지사 재입사
1990년 두산산업 도쿄지사
1992년 일본 기린맥주에 과장
1992년 12월 동양맥주 과장
1995년 오비맥주(구 동양맥주) 주류부문 관리담당 상무이사
1998년 8월 두산 관리본부 상무
1999년 두산 관리본부 총괄 전무이사
2001년 두산 상사BG 대표이사 사장
2005년 7월 두산산업개발(현 두산건설) 부회장
2007년 두산건설 부회장
2007년 두산 부회장
2007년 두산모터스 대표이사
2009년 3월 두산건설 대표이사 회장
2016년 3월 두산그룹 회장

가족 : 할아버지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
아버지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작은아버지 박용오 전 성지건설 회장,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 박용만 전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
여동생 박혜원 오리콤 총괄부회장
남동생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부인 김소영와 슬하에 1남1녀
딸 박상민, 구동휘 LS산전 상무와 결혼


▲어록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힘써야 하는 시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은 미래다. 투자는 미래를 위한 도전이다.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과감하게, 경쟁자에 앞서 실행에 옮겨야 한다"
(2024년 1월, 두산그룹 신년사)

"반도체는 두산의 새로운 승부처로 기존 핵심 사업인 에너지, 기계 분야와 더불어 또 하나의 성장 축이 될 것이다. 두산테스나가 '국내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최고 파트너 기업'으로 자리잡고 나아가 '5년 내 반도체 테스트 분야 글로벌 톱5'로 성장하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
(2022년 6월14일, 경기도 서안성 소재 두산테스나 사업장 방문)

"그룹 경영진은 시장 흐름의 변화에 대응하고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등 최선을 다해왔으나 결과적으로 목표에 미치지 못해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가 나빠졌다. 다행히 국가 기간산업을 향한 정부의 관심과 채권단 지원에 힘입어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기반이 마련됐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두산중공업의 위기에 따른 사회적 파장과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두산은 금전적 부채를 넘어 사회적 부채를 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0년 6월11일, 두산그룹 경영위기 관련 사내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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