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단체에 보호금 지급한 美 바나나 회사···유족에 거액 배상 판결

치키타, 콜롬비아 바나나 사업하며
무장단체에 보호금 20억원 지급
2007년 ‘테러조직 지원’ 벌금 이어
“유족 배상금 530억원 지급” 판결

이마트 용산역점에서 2009년 치키타가 선보인 필리핀산 바나나. <사진=연합뉴스>
콜롬비아에서 바나나 사업을 영위하면서 무장 단체에 보호금 명목의 돈을 지급한 미국 회사가 유족에게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전날 미국 플로리다 남부 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치키타 브랜드 인터내셔널이 콜롬비아연합자위군(AUC)에 피해를 본 유족 8명에게 3830만 달러(약 530억원)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AUC는 1997∼2006년 콜롬비아에서 활동한 준 군사 반체제 집단이다.


1980년대에 콜롬비아에서 활개친 좌익 반군으로부터 지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우익 민병대로 출범했지만 이내 범죄조직으로 변모했다.


마약밀매, 납치 등 잔혹한 범죄로 악명을 떨치며 콜롬비아와 미국, 유럽연합(EU)에서 테러 조직으로 지정됐다.


조직원 범죄 사면 및 사회복귀지원을 대가로 한 정부와의 평화 협상을 통해 2006년 공식 해체됐다.


치키타는 콜롬비아 바나나 농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AUC에 보호금 명목으로 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키타가 7년에 걸쳐 AUC에 지급한 돈은 170만 달러(약 20억원)에 달한다.


이에 지난 2007년 미국 법원은 테러 조직에 자금을 지원한 혐의로 치키타에 2500만 달러(약 340억원)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번 배상 판결로 AUC에 피해를 본 수천 명의 콜롬비아 유족들이 치키타에 책임을 물을 길이 열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치키타는 이번 판결에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피해자 법률대리를 지원한 인권단체 어스라이트 인터내셔널 측은 “치키타는 AUC가 좌익 사상에 동조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학살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들에게 돈을 지급했다”며 “이번 배상 판결은 미국 회사가 해외에서 저지른 인권 침해에 대해 미국 법정에서 책임을 묻게 된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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