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연합뉴스

반세기 동안 세계경제포럼(WEF)을 이끌어온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86)이 일부 업무에서 손을 떼고, 글로벌 아젠다 설정과 비전 제시에 집중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상시적인 경영관련 업무는 다른 사람에게 위임하고, 전략적 의사결정 위주로 WEF를 운영할 예정이다.

29명으로 구성된 의사회의 의장직도 유지한다.


21일(현지시간) WEF에 따르면 슈바프 회장은 내년 1월 경영 관련 대표직(Managing Board)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

WEF는 "우리는 2015년부터 리더십 네트워킹 플랫폼에서 공공과 민간의 협력을 위한 글로벌 선도 기관으로 변모해왔다"며 "이에 따라 창립자가 운영하는 기관에서 회장과 이사회가 행정적으로 온전한 책임을 다하는 형태로 지배구조 역시 진화하도록 계획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슈바프 회장은 1971년 WEF를 창립한 인물이다.

WEF는 유럽 기업가들 간 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에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유럽 경영학 심포지엄'이라는 이름으로 창립됐다.


창립 당시 독일 기계 기술자 출신인 슈바프 회장은 제네바대에서 경영학 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WEF는 이내 전 세계 저명한 기업가와 금융가, 정치인들이 참가하는 모임으로 커졌다.


다보스포럼으로 잘 알려진 WEF 연차총회는 글로벌 정·재계 리더들과 경제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세계 경제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다.

올해 포럼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등 세계 각국에서 50명 이상의 국가 수반들이 참석했다.


WEF는 독립적인 국제기구로, 연간 수익만 5억유로(약 7400억원)에 달한다.

매년 다보스에서 열리는 연차총회에 각 회원사 대표들이 초청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연회비를 내는 전세계 회원사는 1000곳이 넘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근의 다보스포럼이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부자들의 사교 모임'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으로 보호무역주의와 포퓰리즘이 확산되면서 세계화 흐름을 타고 성장한 다보스포럼의 인기도 시들해지는 분위기다.


슈바프 회장은 2020년 이 같은 비판에 "세계가 점차 단절되면서 재계는 그 어느 때보다 교류의 장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다"며 "환경 문제나 빈곤과 같은 거대한 도전은 정부나 기업, 시민사회가 홀로 해결할 수 없다.

협력이 필요하다"고 반박한 바 있다.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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