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와규 너무 싸다” 외국인 관광객 신났는데...일본인 “돈없어 맥도날드 간다”

엔저로 외국인 관광객 밀물
4월 방일 관광객 300만명
1분기 지출 금액 사상 최고
관광객은 고급 와규 먹을 때
현지인은 규동으로 끼니 때워

지난 16일 34년 만에 엔저 현상을 겪고 있는 일본 도쿄의 외환 시장 상황을 보여주는 한 전광판 앞을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EPA연합]

34년 만에 달러당 엔화값이 155엔으로 추락하면서 일본 서민들의 지갑은 얇아진 반면, 외국인 관광객들은 저렴해진 일본 물가를 즐기면서 벌어진 소비 격차가 ‘와규’ 같은 고급 외식 물가에서 상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적했다.


WSJ에 따르면 최근 도쿄의 긴자나 북부 니세코 스키장과 같은 번화가·관광 명소는 일본을 찾은 해외 관광객들의 놀이터가 됐지만, 일본 서민들은 엔저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과 에너지 가격 인상에 절약 압박을 더 강하게 받고 있다.


WSJ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방일 관광객들이 지출한 금액은 약 110억달러로 엔화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3월에 이어 4월에도 월별 기록적인 수준인 300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일본을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닛케이225 지수 등 일본 증시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도요타자동차와 같은 수출 대기업은 엔저의 수혜를 누리고 있는 반면, 일본 서민들은 엔저로 생활 물가 부담이 커져 실질임금에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골든 위크’ 황금연휴를 맞아 일본 도쿄 인기 관광지인 츠키지 수산시장 거리에 외국인 관광객 등 인파가 몰린 모습. [사진=AFP연합]
앞서 일본 정부가 발표한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작년 4분기 대비 0.5% 감소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연간 3%대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임금 인상 속도가 물가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일본 민간 소비 지출은 타격을 입었다.


또한 일본의 실질임금은 올 3월까지 2년 연속 하락하면서 1991년 이후 최장기간 하락폭을 이어갔다.

스테판 앵그릭 무디스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경제 상황은 좋지 않다”며 “가장 큰 우려 사항은 민간 소비로 1년 연속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오사카의 고베 와규 스테이크 전문점을 찾은 일본 출장 중인 미국인 저넬 바론씨는 WSJ에 “고급 고베 와규 꼬치가 고작 35달러로 훌륭하다”고 전했다.

반면, 고베 와규 전문점의 요리사인 오노우에 카츠시는 WSJ에 “퇴근 후 맥도날드나 저렴한 규동(쇠고기 덮밥) 체인에 자주 간다”고 밝혔다.


최근 일본은 엔저 현상이 심화되며 세계 GDP 3위 자리를 독일에 빼앗겼다.

다이이치생명보험의 전망에 따르면 향후 일본 경제는 인도와 영국 경제에도 추월당해 세계 6위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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