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외국인 교수가 추천한 종목이래”...작업하고 튄 리딩방, 개미들 수백억 털렸다

나스닥 종목 시세 조종 의혹
오픈채팅방으로 투자자 유인
“저는 오펜하이머 교수입니다”
외국인 석학 위장해 투자 권유
서학개미 3주간 858억 베팅
작전세력, 한국 연휴에 기습 매도

지난 3일(현지시간) 나스닥 시장에서 싱가포르계 원격의료 기업이 한시간도 안돼 주가가 85% 폭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며 국내 투자자들이 수백억원대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져 배후 세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싱가포르 원격의료회사 모바일헬스네트워크 솔루션(MNDR)은 그동안 신규 상장주 중에서도 유난히 주가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공모가 4달러로 지난달 10일 상장된 첫날 67% 상승했고 그 다음 거래일에도 각각 52%, 47% 상승했다.

지난달 19일엔 장중 29달러까지 올랐다.

그후 주가가 20달러 초반대에서 횡보하다 5월 2일 22.07달러였던 주가는 5월 3일엔 3.39달러로 폭락했다.


모바일헬스케어네트워크의 작년 매출액은 94억원(698만 달러), 영업이익은 44억원(326만 달러)을 기록했다.

급락 직전 시가총액은 1조원에 달했다.


성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고평가된 종목이 계속 주가 상승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엔 한국의 리딩방(주식 종목 추천 채팅방)이 꼽히고 있다.


5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3주간 한국인 투자자들은 6361만 달러의 모바일헬스네트워크솔루션 주식을 매수했다.

달러값 원화값 1350원으로 환산하면 858억원 규모다.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매수순위로는 28위다.

같은 기간 미국 시총 1위인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국내투자자 매수가 2억4800만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신규 상장주로선 이례적으로 큰 매수가 이뤄진 것이다.


여러 채널을 통해 리딩방에 가입한 회원들은 공통적으로 외국인 교수들이 오픈채팅방에서 주가 추격 매수를 권했으며 주문가격도 정해줬다고 전하고 있다.


게다가 갑작스런 주가 폭락은 연휴를 맞아 한국인 투자자들의 거래가 뜸한 시점을 타 리딩방 운영자들이 한꺼번에 물량을 쏟아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피해자들은 의심하고 있다.


여기에 리딩방 운영자들은 이른바 ‘핀플루언서(Finance+influence)’들의 유튜브 영상 댓글과 네이버밴드에서 링크를 걸어 회원들은 모집했기 때문에 파장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사건은 해외주식 거래이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이나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불공정거래나 시세조종에 대한 조사·수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이 때문에 형사 처벌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주가 급락의 원인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면 민사상 손해배상 역시 어려워보인다.


5일 모바일헬스네트워크솔루션 한국인 투자자들에 따르면 마크 교수, 오펜하이머 교수 등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이들은 오픈채팅방에서 가용 자금과 대출 가능한 금액 등을 물어보며 주식 매수를 권했다.


당시 4달러의 공모가에서 한창 오르고 있는 모바일헬스네트워크솔루션을 4월 12일에 지정가 11달러에서 주문을 넣으라고 한 후 4월 19일엔 23.3달러에 주문을 넣으라고 권유했다.


리딩방 회원들에겐 주가가 60달러까지 간다고 하면서 금액이 크면 클수록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고 안내했다.

1000만원에서 5000만원은 예상 수익이 60%, 5억원 이상은 예상 수익이 최소 120% 된다고 안내하는 식이다.


또한 급락 직전일인 5월 2일엔 시장가에 남은 가용자금의 전량을 시장가에 매수하라고 권유한 후 회원들에게 체결내역을 보내달라고도 했다.

3일 급락 이후 오픈채팅방은 폐쇄된 상황이고 리딩방 운영자들은 연락이 잘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손해배상을 준비중이지만 피해액 전액을 보상받기는 어려워보인다.


지금까지 판례는 리딩방 사기에 대해서는 계약금이나 수수료는 법률상 무효행위로 보고 전액 반환하도록 했다.


다만 투자 손실액에 대해선 주가에 영향을 주는 수많은 요인이 있기 때문에 전적으로 리딩방 운영자들의 매도로 인해 주가 급락이 일어났다고 보기는 어려워 전액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리딩방의 대거 매도도 증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종목에 대한 불공정 행위기 때문에 한국거래소나 금융감독원의 조사 및 수사 권한은 제한되어 있는 상황이다.

미국 감독당국 역시 미국 외 거주자에 대해선 수사가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


이처럼 주식 리딩방 피해가 해외 주식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지만 규제는 따라가지 못하면서 ‘사각지대’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는 최근에서야 리딩방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지난 1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주식 리딩방 등을 운영하는 유사투자자문업자의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처벌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개정안은 공표일 6개월 뒤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사실상 정식 등록된 투자자문업자 외에는 주식 리딩방 등 양방향 채널 개설 자체가 금지된다.

위반시 미등록 투자자문업자가 돼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는 형사 처벌 대상이다.


투자자들은 금융당국이 보다 철저한 리딩방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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