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 새 전 세계 증시가 인플레이션 압력과 중동발 위기에 고전하는 사이 중화권 증시 대약진이 돋보였다.

홍콩 증시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최저점 수준에 머무는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잇달아 증시 부양책을 내놓자 외국인 자금이 유입된 영향이다.

이 기간 중학개미는 유틸리티·통신 등 고배당주 중심의 매수세를 보였다.

다만 홍콩 증시가 추세적 반등으로 돌아섰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3일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홍콩항셍지수는 최근 한 달간 10.5%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 기간 코스피는 2.8% 하락했고 일본 닛케이225와 미국 S&P500도 각각 3.1%, 2.8% 하락을 면치 못한 점과 대비된다.


홍콩증시의 '나홀로' 선전엔 최근 중국 경제성장률이 기대치를 상회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던 중국 주식이 재조명받는 분위기가 작용했다.

여기에 중국 당국도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 홍콩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달 20일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주요 중국 기업의 홍콩 내 기업공개(IPO)를 지원하고 홍콩과 본토 거래소 간 주식 거래 연결 규정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홍콩 증시에 위안화 표시 주식을 포함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이날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최근 한 달 새 홍콩증시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베이징홀딩스(약 181만달러)로 집계됐다.

베이징홀딩스는 베이징 시 정부 대표 기업으로, 가스 배전·송전, 하수·수처리와 같은 다양한 유틸리티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또한 현지 최대 양조업체 중 하나인 연경맥주 지분을 약 80%가량 보유하고 있다.

연간 배당수익률이 6.30%에 달해 대표적 고배당주로 꼽히기도 한다.

최근 한 달 사이 주가도 약 7% 뛰었다.


뒤 이어 순매수가 가장 많았던 종목은 중국 최대 구리 생산업체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장시구리(약 108만달러)로 집계됐다.

구리는 전선, 가전제품, 전기차, 풍력 터빈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며 중국이 수요의 50%를 차지한다.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데이터센터 증가와 중국 경기 회복으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구리 값이 폭등했다.

연초 이후 장시구리 주가도 40% 넘게 뛰었는데 최근 한 달 새에도 주가가 약 5% 오름세를 기록했다.


다음으로 현지 3대 통신사 중 한 곳인 차이나유니콤 역시 약 107만달러 순매수로 상위권에 올랐다.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 정책 방향 가운데 '디지털'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현지 통신주 전반이 연초 이후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차이나유니콤은 지난해 연간 주당 0.3366위안을 배당했는데 배당 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으로 나가는 비율)이 전년 대비 5%포인트 상승한 55%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 밖에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93만달러)와 에너지 설비 기업 동방전기(73만달러)도 각각 순매수 상위 5개 종목 안에 들었다.

동방전기의 경우 지난해 한 해 동안 주가가 50% 가까이 폭락했다가 연초 이후 40% 넘게 반등했다.


다만 최근 반등세가 중국 펀더멘털 개선을 반영했다기보다는 가격 메리트에서 주로 기인했다는 점에서 홍콩 증시에 대한 증권가 전망이 마냥 낙관적이지는 않다.

지난달 말 기준 홍콩항셍지수 PER은 약 9배로 과거 10년 평균 수준인 10.4배를 밑돌았다.


백은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자금 유입 외에도 증시 호황은 해외직접투자(FDI)가 증가세를 이어갈 때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는데 현재 중국 FDI는 감소하고 있다"며 "3월 경기 지표는 인프라, 제조업 투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전월 대비 둔화했고 공업기업 이익 지표도 3.5% 감소 전환한 만큼 아직 경기 회복 기반이 견고하지 않다"고 짚었다.


[우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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