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업계의 순부실채권으로 볼 수 있는 순고정이하여신(고정이하여신-고정이하여신 관련 충당금)이 작년 말 기준으로 1년 새 2.2배 증가했다.

저축은행은 작년부터 고금리 등에 따른 연체율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고 이에 따라 3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인 고정이하여신도 급증했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들의 건전성을 관리하고자 부실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경·공매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한 데 이어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의 채권 건전성 분류 단계 중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실채권을 수시 상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28일 매일경제가 전국 79개 저축은행을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 저축은행의 순고정이하여신은 4조5515억원으로 전년 말(2조499억원)보다 2.2배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말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은 8조693억원으로 1년 새 72%(3조3792억원) 증가했고, 고정이하 분류 여신 충당금은 3조5178억원으로 33.2%(8775억원) 늘었다.


고정이하 분류 여신은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대출을 합한 금액이다.

감독규정에 따르면 기업대출(PF대출)에 대해 쌓아야 하는 충당금은 고정 20%(30%), 회수의문 50%(75%), 추정손실 100% 등이다.


순고정이하 분류 여신이 늘어난 배경에는 연체채권의 빠른 증가세가 있다.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법정 기준보다 많은 113.89%의 충당금을 쌓아왔지만 경기 둔화와 고금리에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악화되면서 충당금으로 상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연체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건전성이 악화되고 조달비용까지 높아지면서 저축은행 업계는 작년에 5559억원의 적자를 내며 9년 만에 손실을 기록했다.


연체율 상승도 저축은행들의 고민거리다.

지난해 말 저축은행 업계의 연체율은 6.55%로 전년 말보다 3.14%포인트 올랐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저축은행 업권의 연체율은 지난달 7~8% 수준으로 올라갔고 연내 10%대를 찍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체율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PF 부실이 꼽힌다.

지난해 말 저축은행 PF 대출 연체율은 전년 말 대비 1.38%포인트 오른 6.94%였다.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악화되자 금융당국은 관리에 나서 부실채권 처리를 유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저축은행중앙회는 다음달 3일까지 추정손실 부실채권의 수시 상각 신청을 받는다는 공문을 저축은행에 보낸 바 있다.

금융당국은 특히 추정손실 분류가 확실시되는 채권 등에 대해 수시 상각을 실시하도록 권고했다.


금융당국은 부실 PF 사업장을 경·공매로 나오게 하기 위해 인센티브도 제공하고 있다.

또 다음달 PF 사업장에 대한 사업성 평가 기준을 기존 '양호-보통-회수의문'에 '악화우려'를 추가해 4단계로 세분화하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다음달 PF 사업장 평가 기준에 '악화우려'가 추가되면 3단계 평가 때보다는 부실 사업장을 좀 더 세밀하게 분류할 수 있게 돼 경·공매로 나오는 물량도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저축은행들은 여신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대출 영업을 축소했고 이에 따라 총여신은 지난해 초 115조6003억원에서 올 2월 말에는 102조3301억원으로 13조원 이상 줄었다.


저축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중·저신용자들은 카드사나 보험사에 도움을 청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지난 3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39조4743억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또 작년 말 기준 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71조원으로 전년 말(68조원)보다 3조원 늘어나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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