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장영 더풀문 대표가 육상 양식장에서 전복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캐나다 최대 소매유통그룹 로블로의 대형 식료품점 T&T를 시작으로 'K전복'의 우수성을 알려야죠."
유장영 더풀문 대표가 최근 기자와 만나면서 캐나다 출장 이야기를 풀어놨다.

중국·호주산이 장악하고 있는 캐나다 전복 시장에서 한국 완도산 전복 수출길을 열었다는 것이었다.


유 대표는 "캐나다에서는 손질된 냉동 전복 시장이 활성화돼 있다"며 "동물성 사료를 사용하는 중국산과 크기가 큰 호주산에 비해 완도 참전복은 미역과 다시마를 먹어 쫄깃하고 식감이 단단해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그가 공급하는 전복 물량은 약 5000만원. 초도 물량이라 아직 많지 않지만 계속 늘어날 것으로 그는 기대했다.


사실 그는 배우의 꿈을 안고 20대 초반에 무작정 상경한 완도 촌놈이다.

단역부터 시작해 얼굴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연예계에서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지난 1월 종영한 드라마 '우아한제국'에서 주인공 장기윤의 '자칭' 오른팔인 조문창 본부장 역으로 활약해 지금은 얼굴이 조금 알려진 편이지만 단역 시절은 그야말로 배고프고 추웠다.


연기만 해서는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웠던 그는 다른 돌파구가 절실하던 참에 삼계탕이 눈에 들어왔다.

그즈음 건강 악화로 쓰러지신 아버지를 위해 건강한 음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고, 마침 시장 노점부터 시작해 수십 년간 고생한 끝에 완도에서 유명한 수산물 유통 업체를 일군 어머니의 신선한 전복도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문제는 가장 중요한 삼계탕을 유 대표가 만들 줄 몰랐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몸은 이미 삼계탕 가게를 만들기 시작했다.

강남구청역 인근에 매장을 구하고 인테리어까지 진행했다.

그렇게 인테리어 공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인생의 전환점이 될 귀인을 만나게 됐다.

유 대표는 2019년 자영업자 고객의 사업 운영 역량 강화와 창업 지원을 위한 신한은행의 '신한 SOHO 사관학교' 10기 수료식에 참가했다.

그 자리에서 지금도 든든한 정신적 멘토로서 삼계탕 사업을 같이하는, 서울 중구 충무로에 있었던 필동삼계탕 사장님을 만나게 됐다.


유 대표는 삼계탕집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정을 얘기하고 바로 그다음 날 필동삼계탕을 찾아가 식당 일을 본격적으로 배웠다.

넉살 좋은 그가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청소하자 필동삼계탕 사장님도 그에게 재료 선별부터 삼계탕 육수 끓이는 법까지 비법을 흔쾌히 전수해줬다.


그렇게 몇 달간 배운 그는 2019년 9월 '진전복삼계탕' 본점을 열었다.

'진전복삼계탕'은 완도에서 나오는 전복으로 좋은 삼계탕을 만들어보자는 의미에서 참 진(眞)을 앞에 썼다.


신선한 전복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동시에 삼계탕 맛이 입소문을 타면서 지금은 강남에서 직영점 6개를 운영하는 어엿한 외식업 최고경영자(CEO)로 거듭났다.

또한 냉동 전복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완도보이'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복이라는 원물 경쟁력과 삼계탕 맛에 감탄한 롯데백화점 F&B팀이 '러브콜'을 보내 지난해 12월 재단장한 롯데백화점 인천점 푸드에비뉴에 지난 16일 매장을 열었다.


유 대표는 "삼계탕뿐만 아니라 앞으로 롯데백화점과 전복을 활용한 상품 개발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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