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이름 함부로 쓰지마”…법원이 나서서 사용 막은 ‘이 상표’ 뭐길래

파블로 에스코바르 일가 자산관리회사
그의 이름을 상표로 등록하려 했지만
유럽연합지식재산청, 신청 거부 이어
법원도 “도덕 기준에 어긋나” 판결

콜롬비아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1976년 머그샷
유럽이 콜롬비아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이름에 대한 상표 등록을 거부했다.

그의 이름이 시장에 풀릴 경우 사회에 끼칠 악영향이 크다는 판단이다.


지적재산권을 다루는 업계에서는 유럽에서 특정 개인의 이름이 상업적으로 이용되지 않는 기준에 범죄 여부가 포함됐다는 의미가 있고, 앞으로 범죄의 정도 등 판단 기준이 주목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1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최고법원이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이름을 EU에 상표로 등록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앞서 그의 형인 로베르토가 설립한 회사 에스코바르 주식회사는 지난 2021년 유럽연합지식재산청(EUIPO)에 ‘파블로 에스코바르’를 상품 및 서비스 상표로 등록해달라고 신청했다.

1984년 설립된 이 회사는 에스코바르 일가의 자산을 관리하는 회사다.


파블로 에스코바르는 넷플릭스의 유명 TV시리즈 ‘나르코스’의 실제 모델이다.

그는 사상 최악의 마약 범죄 조직으로 평가받는 ‘메데인 카르텔’ 설립자로, 일생 동안 전 세계에 마약을 유통했다.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1980년대에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게 만든 장본인으로 꼽힌다.


‘돈 아니면 총알’을 선택하라는 그의 무자비한 경찰, 판검사, 정치인 매수 방법은 유명하며 메데인 카르텔의 테러 과정에서 사망한 민간인만 수천 명에 달한다.

파블로 에스코바르는 그러나 자신을 사업가로 포장해 국회의원까지 지냈고, 빈민들에게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파블로 에스코바르는 내부 폭로와 미국의 압박으로 인해 교도소에 수감됐다.

물론 본인이 지은 초호화 교도소였다.

그는 그러나 추가 범죄로 인해 다른 교도소로 수감될 위기에 처하자 탈옥을 감행했고, 1993년 미국과 콜롬비아의 연합 군사작전에 의해 사살됐다.


EUIPO는 도덕 원칙에 어긋난다면서 상표 등록 신청을 거부했다.

2022년 에스코바르 주식회사는 항소했지만, 법원은 지난 17일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법원은 “EUIPO는 파블로 에스코바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스페인 국민의 인식에 근거해 상표 등록을 거절했다”며 EUIPO의 판단을 지지했다.


이어 “그는 콜롬비아의 가난한 자들에 대한 선행보다는 마약 밀매와 나르코 테러리즘(마약 조직의 테러 범죄), 그리고 그로 인한 고통들과 연관된다”며 “그의 이름으로 된 상표는 스페인에서 널리 통용되는 기본적인 가치들과 도덕적인 기준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형사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그러나 스페인에서 그는 수많은 범죄를 저지른 조직범죄의 상징으로 대중들에게 인식되고 있다”며 “무죄추정원칙이 침해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로펌 애들쇼 고다도의 지적재산권팀의 매니저 변호사인 팀 카터는 “EUIPO가 개인 이름의 상업적 ‘악용’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 범죄 여부가 개인 이름 등록의 절대적 기준이 될지, 범죄 행위의 정도를 어떻게 구분할지 지켜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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