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창고’에서 부녀회 열어요”…생고기 덩어리째 나눈다는데 무슨 일?

고물가에 ‘창고형 마트’ 인기
트레이더스 올 매출 12% 쑥
대형마트보다 높은 성장세

덩어리 고기 등 가성비 좋아
주부들, 함께 산뒤 나누기도

트레이더스 킨텍스점 내 푸드코트인 ‘T카페’에서 고객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이마트]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주부 김씨(41)는 최근 초등학생 자녀의 친구 엄마들과 창고형 대형마트를 자주 찾는다.

일주일에 한 번씩 근처에 있는 창고형 마트에 방문해 장을 본 후 구매한 상품을 똑같이 나눈다.

김씨는 “최근 물가가 오르면서 단위당 상품 가격이 더 저렴한 창고형 마트를 찾게 됐다”며 “대용량이라는 양적인 부담을 공동구매로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할인마트의 성장세가 주춤하는 와중에 창고형 마트의 인기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대용량 제품을 취급하는 창고형 마트의 방문을 망설여왔던 소비자들이 천정부지로 오른 먹거리 물가에 전략적 장보기를 택하면서부터다.

단위당 가격이 저렴한 대용량 상품을 구매한 후 나중에 소분해 지인들과 나누는 공동 구매가 늘고 있다.

가성비 푸드코트 강화도 창고형 마트 인기에 기름을 부었다.


16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창고형 마트의 시장 규모(판매액)는 지난해 9조732억원으로 4년 전인 2019년(6조8644억원)보다 약 32%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할인마트 판매액은 지난해 26조4203억원으로 4년 전(27조4484억원)보다 약 4% 감소했다.

할인마트가 주춤한 사이 창고형 마트 시장이 훌쩍 성장한 것이다.


개별회사로 보면 이마트의 창고형 마트인 트레이더스 매출은 올 1분기 전년 대비 11.9% 늘어난 실적을 기록했다.

트레이더스의 매출 성장률은 다른 사업부와 비교할 때 돋보인다.

할인마트인 이마트의 매출은 1분기에 0.5% 성장했고, 전문점은 오히려 7.2% 뒷걸음질했기 때문이다.

이마트가 별도기준으로 1분기에 매출 성장률 2.3%를 달성할 수 있었던 일등공신이 트레이더스였던 셈이다.


롯데마트가 운영 중인 창고형 마트인 맥스를 찾는 고객도 늘고 있다.

실제 올해 1분기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약 5% 가량 늘었다.

특히 지난해 주요 국산 과일의 작황 부진으로 인해 과일값이 급등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을 보인 수입과일의 1분기 매출이 40% 이상 늘었다.

가공 상품에서는 생필품 중심으로 가성비 상품 매출이 크게 늘었다.


창고형 마트의 깜짝 성장 배경에는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는 고물가 현상이 깔려 있다.

특히 단위당 가격이 더 저렴해 구매한 후 지인끼리 나누는 전략적 장보기가 가능한 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트레이더스에선 대표적으로 축산코너에서 고기를 덩어리 째로 판매하는 리테일팩 상품의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51% 증가했다.

수산코너에서도 광어회를 작게 나누지 않고 통째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광어필렛의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약 10% 증가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외식비가 치솟는 상황에서 트레이더스가 가성비 푸드코트인 ‘T카페’를 강화한 것도 창고형 마트의 인기에 한 몫을 했다.

회사는 최근 6개월간의 신메뉴 연구 기간을 거쳐 이달 5일부터 패티와 치즈를 각각 2장씩 넣은 ‘더블패티 치즈버거’를 3500원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최근 3개년 T카페 매장 이용객 수를 살펴보면 2022년은 500만명, 2023년은 600만명, 올해 1분기는 약 170만 고객이 이용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이용객 수치를 기반으로 추정하면 연간 700만명이라는 이용객 수 달성도 가능하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에 진출해 있는 미국의 창고형 마트인 코스트코도 1998년 영업 개시 이후로 처음 연 매출이 6조원을 돌파하는 등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2023회계년도(2022년 9월~2023년 8월) 매출이 6조678억원으로 전년(5조5354억원) 대비 10% 가까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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