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제 금통위원 “환율 둘러싼 경제 여건 우려할 수준 아냐…금리 인하 서두를 필요 없어”

“물가 안정시키는 게 가장 중요”

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가진 출입기자들과의 차담회에서 질의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 = 한은]

오는 20일 4년 임기를 마치는 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크게 상승하며 원화 약세가 도드라지는데 대해 “환율을 둘러싼 경제 여건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조 위원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출입기자들과 가진 차담회에서 “개인 생각으로는 경상수지 흑자도 좋아지고 있고 외환보유고라든지, 경제 전반적인 펀더멘탈이 나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조 위원은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며 내외 금리차에 따른 것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근 환율 변동성 확대가 내외 금리차에 따른 것 아니냐는 질의 과정에서 나온 답변이다.

그는 “(원·달러 환율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내외 금리차도 있고 그 나라 경제에 대한 평가, 성장률, 각종 금융안정 리스크 등 이런 것들의 종합적인 결과의 변수로 나타난 게 환율”이라며 “지난 3개월 동안 내외 금리차의 변화는 없었지만 환율에는 많은 변화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장중 1400원선을 넘어서는 등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을 나타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돌파한 건 약 1년 5개월 만이다.

환율이 1400원대를 넘어선 것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발 고강도 긴축에 따른 고금리 충격 등 세 차례뿐이다.

통화정책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조 위원은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전제를 밝힌 뒤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시장은 지난 수개월 동안 완화적 흐름(지표금리 하락)을 이어어고 있어 금리를 서둘러 인하할 필요가 없다”고 거듭 확인했다.

조 위원은 “욕심 같으면 빠르게 물가가 안정됐으면 좋겠다”며 “언젠가는 물가가 한은의 목표 수준(2%)대로 수렴할 것이라고 믿는다”고도 덧붙였다.

통화정책방향을 예상할 수 있는 포워드 가이던스 도입을 두고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한은은 이창용 총재 기자간담회를 통해 3개월내 금리 전망을 밝히고 있다.

조 위원은 “포워드 가이던스를 평가하기는 시기상조”라면서도 “3개월 동안 적어도 시장 기대 심리를 안정시키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 않았나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불확실성이 높을 때는 장기적으로 포워드 가이던스를 하는 게 중앙은행의 신뢰성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며 경계감도 드러냈다.

이어 “(한은 내부에서) 본격적인 포워드 가이던스 논의는 시작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그간 소회와 퇴임 후 계획에 대해서는 “특별한 소회는 없다”며 “평생 직업을 학자로 생각하고 있다.

책 읽고 공부하고 쓰고 싶은 글이 있으면 쓰고 싶은 생각”이라고 전했다.

2017년 주미대사를 지낸 조 위원은 문재인 정권의 ‘경제 선생님’으로 불렸다.

경기고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때 한은 총재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