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조업 등에서 일하는 국내 체류 비전문취업(E-9 비자) 외국인 인력이 30만명을 넘어서면서 은행권에서는 새로운 금융영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올해도 E-9 비자 외국인 근로자가 역대 최대 규모로 입국할 예정이라 비전문취업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금융 시장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외국인 계좌 가입자는 2019년 말 496만5964명에서 2023년 말 571만1893명으로 15%(74만5929명)나 늘었다.

이 같은 기본 계좌 가입뿐만이 아니라 대출 등 부수적인 금융 활동도 늘어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근로자의 대출 시장 규모는 약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년보다 1.5배 늘어난 규모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6만5000명 규모의 E-9 비자 외국인 인력을 들여올 계획이다.

이처럼 해외에서 유입된 경제인구가 늘어나면서 관련 금융 시장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은행권의 판단이다.


이에 금융권은 맞춤형 금융상품·서비스도 늘려가고 있다.

국내에서 최초로 E-9 비자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신용대출·대환대출 서비스를 취급했던 전북은행은 비대면 서비스 강화에 힘을 쓰고 있다.

다른 은행들보다 먼저 외국인 대상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온 만큼 외국인 종합금융서비스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한 포석이다.


전북은행은 오는 5월부터 캄보디아·네팔·미얀마·스리랑카·필리핀 등 7개국어로 된 모바일 웹 서비스를 운용할 예정이다.

전북은행의 모바일 스마트뱅킹 앱과 연결시켜 접근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오는 7월부터 외국인 전용 콜센터를 구축해 운영할 예정이다.

평일에도 오후 9시까지 운영하면서 주중에 업무를 보기 어려운 외국인 맞춤형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시중은행 중에선 하나은행이 전국 16개 영업점에서 일요일 영업을 하며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해외송금 전용 모바일 앱 서비스를 16개국 언어로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외국인 근로자가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에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해 금융교육도 진행 중이다.

외국인 근로자 고객이라면 불법 송금 예방, 예·적금 등 재산 형성 방법 등에 대해 하나은행에서 교육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도 안산에 외국인특화지점을 설치하고, 김해·의정부·발안·광희동 외국인금융센터 등 4곳을 운영 중이다.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일요일에도 영업하며, 중국·베트남·태국·캄보디아 등에서 온 외국인 직원을 배치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기존 외국인 전용 스마트뱅킹 앱인 '우리WON글로벌'을 리뉴얼해 17개국 언어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부턴 은행권 최초로 외국인 고객을 위해 한국어능력시험(TOPIK) 강의를 6개 언어로 제공하고 있다.

향후 국내 거주 외국인 고객 대상 전용 카드 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적금·전세대출 등 외국인 전용 금융상품을 제공 중이다.

신한은행은 베트남어 등 10개 언어로 창구에서 이용할 수 있는 외국인전용콜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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